황명숙 청주시 청원구 지역경제팀장

"얘들아, 꼴찌가는 사람 전기, 가스, 현관 확인하기 잊지 마?", "여러분, 서랍 잠갔습니까? 팀에서 꼴찌로 가는 사람은 차단기 내리고, 열일하고 마지막으로 갈 때는 차단기 확인, 탕비실 콘센트 뽑기, 농축산경제과는 안전과, 내일 봅시다."

필자가 매일매일 집에서, 사무실에서 반복하는 말이다. 늦깎이 결혼으로 시작한 16년 차 주말부부의 삶 속에 고스란히 배어있는 '화재 안전' 소리가 지금은 사무실 직원들을 향하고 있다. 내가 일군 가정의 안전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했듯 농축산경제과 안전지킴이로서 오늘도 Safe Song을 부른다. 이런 필자의 안전습관은 신랑으로부터 시작됐다.

주말에 온 신랑은 주부인 내가 이미 확인했음에도 TV와 온수보일러, 가스밸브, 온갖 콘센트와 전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관문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그 중 하나라도 끄기, 뽑기, 잠그기가 허술하면 콕콕 집어 얘기하곤 했다. 그때는 왜 그리도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반복되는 안전소리가 귀찮고 한낱 잔소리로 치부됐던지, 그로 인한 다툼도 잦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고마운 잔소리였다. 아니 소중한 안전 가르침이며, 열여섯 해 동안 내 가정행복을 이끈 핵심이었던 것이다. 신랑의 Safe Song이 2년이 지난 어느 순간부터는 내 몸이 기억하고 습관이 됐다.

신랑의 노력과 내 습관이 빛을 발한 것은 내가 2008년 물놀이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다.

16개소 물놀이 장소 점검 때 안전요원에겐 나이불문 단호하게, 아이들과 부모들에겐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물놀이 안전 수칙을 설명하며 발로 뛴 결과 2010년엔 3년 연속 물놀이 안전 우수기관 표창과 주무관으로서 근정포장의 영광을 안았다. 개인적인 안전습관이 기본에 충실한 업무추진으로 연계됐고, 그 발판이 '청주시, 10년 연속 물놀이 안전사고 제로화' 시발점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눈만 뜨면 대형 안전사고와 맞닥뜨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로 화재안전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무섭게 한 달 후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그리고 이어진 부산 엘시티 공사현장의 안전사고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가정안전, 사회안전, 국가안전의 기틀은 '기본'이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대비, 방지책도 다른 이슈에 금새 묻혀버리고 만다. 또 다른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음에도 우리 자신들이 망각하고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청주시는 재난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오는 4월 13일까지 7개 분야 국가안전대진단 점검을 추진한다. 점검자는 기본에 충실한 점검으로, 시설물 관리자는 안전 기본수칙 지키기로 임해야 할 것이다.

얘들아, 그리고 농축산경제과 직원 가족들이여! 안전점검은 잔소리가 아닙니다.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봄비로 미세먼지 농도가 '아주 나쁨'에서 '좋음'으로 옅어지듯, 안전농도가 '주의'에서 '완전 좋음'으로 바뀌는 그 날까지 여러분의 안전지킴이 Safe Song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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