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 되지 않는 총재직함의 하나인 한국 야구 위원회 총재가 며칠 전 일본 나고야에서 대만, 일본, 호주 야구 위원회 대표와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사진>. 이들 세 나라 대표의 직함은 '커미셔너'로 불린다. 총재와 커미셔너, 한자와 영어 모두 외래어이기는 하지만 총재라는 어휘가 갖는 권위, 근엄, 비대중성 그리고 전근대적인 느낌에 비하여 커미셔너는 활동적이고 실질적인 업무 내용과 범위를 나타내고 있어 특히 야구같이 역동적이고 광범위한 팬을 보유한 국민 스포츠 조직의 대표 명칭으로 적합해 보인다.
커미셔너는 프로 운동 경기나 각종 행사 등에서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고 품위와 질서 유지에 대한 권한을 가진 최고 책임자라는 뜻풀이처럼 특히 '품위와 질서 유지'라는 임무가 눈에 띄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그러니 이제 '총재'라는 무겁고 오래된 코트를 벗어던지고 커미셔너라는 실용적이며 친화성 있는 직함으로 바꿀 때가 된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는 아직 직함, 호칭, 명칭에 많은 거품과 관습, 위계질서의 흔적이 상존해 있다. 총재를 비롯하여 총회장, 총장, 총감독처럼 '총(總)'자를 앞세운 어휘가 숱하다. 별 생각 없이 관행으로 사용하겠지만 이런 명칭이 주는 권위와 거리감을 털어내고 실질적인 업무를 나타내는 친화적인 이름으로 바꾸는 일이 진정한 선진화와 국민 화합을 이루는 방안의 하나가 아닐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