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이어 미투 운동 영향 노래방 대신 ‘커피숍’ 마무리
술자리 자제도…인식전환 중요

“요즘 회식은 무조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일정이에요. 노래방 가자고 하면 젊은 직원들은 그냥 집에 가겠다고 편하게 거절하는 분위기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이어 범사회적으로 성범죄 고발(Me 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의 회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대전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회식문화가 최근 몇년 사이로 달라진 것은 아니고 이미 바뀐 분위기가 많이 정착돼왔다”며 “같은 사무실에서 3년째 근무 중인데 첫해만 해도 밥을 먹고 2차로 노래방을 갔지만 이제는 무조건 커피숍이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게 훨씬 즐겁고 재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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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노래방은 직장인들의 회식 일정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장소였지만 이제 자연스럽게 그 자리가 커피숍으로 대체된 것이다. 노래방은 공간 자체가 폐쇄된 데다 신입직원에 분위기를 띄워야한다는 암묵적인 압박감이 있어 상대적으로 성추행 등이 발생하기 쉬운 장소였다.

민간기업에서 8년째 일하는 김모(34·여) 씨는 “예전에 사무실에서는 부장인데 노래방만 가면 오빠라는 호칭으로 부르라고 권유한 상사가 있었다”며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과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다보니 맞춰주기는 했지만 매우 기분 나쁜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저녁 술자리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겠다는 조심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한 기업 과장급 직원은 “가끔씩 일 끝나고 동료들과 술 한잔 마시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제는 선뜻 말을 건네기조차 어렵다”며 “특히 여직원들에게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가능하면 용무가 있어도 일과시간 안에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를 과도기라고 정의하면서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경덕 배재대 심리상담학과 교수(대전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장)는 “대체로 선진국으로 잘 가고 있으나 아직 일부 개인이나 집단이 변화의 흐름을 잘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성인지적 관점이 중요하다. 잘못된 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조직 분위기와 개인의 연습, 전체의 인지와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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