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재석·취재부 luck@cctoday.co.kr


최근 한달새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은 단어는 단연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검찰 조직 등 공직사회는 물론, 문화·예술계, 대학가, 언론계, 시민사회계, 종교계까지 흔들고 있다.

아픈 기억을 혼자 끙끙 앓고 가슴에 묻고 살았던 여성들의 고백과 외침으로 그간 남성 중심의 잘못된 성문화, 서열과 직위에 의해 피해자가 오히려 조직으로부터 소외되는 권력형 성범죄의 병폐까지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사회적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각계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드러내 진상 규명과 처벌,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미투 운동이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피해자들은 더 많다. “피해자들은 앞날이 창창한 학생, 어떤 이의 배우자, 또 누군가의 부모·자식이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모두 공개하기 어렵다.”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여성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큰 논란을 빚은 연예인이자 교수인 조민기 사건과 관련해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공동성명이 생각났다. 당시 학생들은 “우리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침묵하고 방관하며 무심했다”며 “지난날의 우리들은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음을 인정하고 다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련의 사건들과 현상들에 대해 ‘나 또한 방관자로 침묵하고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오래전부터 이어진 잘못된 관념과 관습을 정확히 보려 하지도 않고 바꾸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용기있는 외침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촛불이 ‘정치혁명’을 이뤘다면 미투는 우리의 ‘문화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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