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가장 먼저 봄을 알리고 꽃을 피우는 복수초(福壽草)는 봄에 피는 꽃이라기보다는 겨울에 얼음이나 눈 속에서 피어나기에 설연화, 얼음새꽃, 원일초 또는 눈 속에 피는 꽃이라고도 불린다.

복수초의 꽃잎과 꽃술은 오목렌즈처럼 되어 있어 햇볕을 불러모으기 위해 자연히 그렇게 진화되어 1차적으로는 큰 꽃잎이 햇볕을 받아 반사된 빛을 2차적으로 다시 작은 꽃술에서 데우니 추운 겨울이지만 복수초 꽃 속은 따뜻한 기온으로 바뀐다. 이때 꽃잎 주변의 눈과 얼음이 녹게 된다. 특이한 것은 복수초는 향기가 없다. 그런데도 벌을 불러들여 수정이 가능하다. 따뜻하게 데워진 꽃 속으로 성급히 날아온 벌에 의하여 수정이 저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추운 겨울에도 피어나는 복수초를 떠올리며 민선5기 초창기부터 재정건전화를 위하여 몇 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상위동행(相慰同行)한 800여 공직자와 25만 구민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느껴왔다. 복수초의 꽃말을 찾아보니 "슬픈 추억"과 "영원한 행복" 두 가지가 있다. 우리 구가 걸어왔던 현실과 함께 곧 마주하게 될 밝은 미래가 아주 적절하게 묘사된 꽃말이라 생각된다.

자신이 유지하는 온도를 극대화하여 주변의 눈과 얼음을 녹여 꽃을 피우는 복수초의 원리에서 자생력이라는 교훈적인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꽃을 피우기에 쉽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도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꽃을 피워내는 그들만의 노력과 노하우는 분명히 걸림돌을 디딤돌 삼고, 또한 가로막힌 장벽을 교량 삼으며, 결국에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승화된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돌이켜 볼 때 몇 년 전 재정적인 난관에서 한계를 넘고자 중앙부처나 상급기관 등을 동분서주하던 기억들은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노란 복수초처럼 우리에게 위기관리능력이란 강하고 위대한 자생력을 키워냈다.

도시생성의 순환구조상 원도심이라는 걸림돌을 넘어 지역의 주거사업, 산업시설, 도시기반시설 등의 개발사업들을 순항할 수 있었던 것도 기본 바탕에는 우리 동구만의 자생력이 뒷받침을 해준 덕분이라 믿고 있다. 그러한 자생력을 디딤돌 삼아 우리 동구는 어둡고 기나긴 과정과 절차를 극복해내며 구민들의 '영원한 행복'(복수초의 꽃말)을 기약할 수 있는 단초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직면하고 있던 재정적 한계를 뛰어넘고 각종 사업의 성사와 성과를 위해 중앙부처 등지를 동분서주하며 결실로 이끌어내기까지 그동안 펼쳐왔던 각고(刻苦)의 노력들은 눈과 얼음 속을 뚫고 처연하게 피워낸 노란 복수초에 필자는 감히 비교해본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래도 많은 추억들이 필자의 가슴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지난 1월 1일 무술년 새아침에는 새해가 식장산의 정기를 안고 붉게 떠올랐다. 참으로 오랜만에 일출장관을 보았다. 최근 4년 만에 식장산에서 힘차고 선명하게 솟아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며 필자는 2018년은 무엇이든 술술 풀리는 해, 무술년이 될 것 같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보았다. 자연과 어우러진 자체구조의 적절한 조화와 노력으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복수초와 마찬가지로 우리 동구도 이제는 기나긴 어둠 속 터널을 지나 확 트인 전망을 마주한 가운데 25만 동구민 모두가 공감하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꽃피우게 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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