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축구처럼 제법 긴 시간동안 진행되는 스포츠경기를 보는 것은 아마도 골이 들어가는 그 순간을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골이 들어간 환희의 순간에 선수들이 보여주는 골 세레머니는 아주 특별한 볼거리다. 축구선수 호날두의 호우 세레머니 등 사람들은 골도 골이지만 스타선수들의 재미난 세레머니에 더 열광하기도 한다. 원래 세레머니는 종교나 제례에서 격식을 갖추는 행사에 요구되는 의식이나 양식을 의미한다. 엄격한 분위기에서 거행되는 식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은 형식에 너무 얽매이는 옛날방식에서 조금 더 가벼워지려고 하는 경향들이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은 개막식(Opening Ceremony)이었다. 그 의식은 결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과 IT강국의 면모가 조화를 이루어 매우 훌륭했다.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는 상서로운 새인 인면조가 날고 고구려벽화 속 의상을 입은 무용수의 공연에 이어 2018개의 드론오륜기가 평창의 밤하늘을 밝힐 때는 ‘아, 한국의 정체성을 아쉬움 없이 보여주는 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동안 수많은 올림픽 개막식을 봐온 필자에게는 의미와 내용이 어느 올림픽 개막식에도 뒤지지 않는 특별한 세레머니였다고 말하고 싶다. 특별한 세레머니를 지켜보면 늘 어떤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곤 하는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거의 완벽하게 끝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되기 얼마 전, 필자는 대만 남부에 있는 이쇼우대학을 방문했다. 현재 이쇼우대학과 우송대, 영국의 노팅엄 트랜트대학이 협약을 맺고 있어 우리 학생들이 한 학기는 이쇼우대학에서 한 학기는 노팅엄 트렌트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이쇼우대학의 새로운 총장 취임식에 참석했었다. 이러한 취임식 행사는 소개하고 축사를 하고 만찬을 하는 일반적인 순서로 끝나기 마련이다. 취임식에 참석한 200명 중 약 40명은 대만의 대학총장들이었다. 그런데 행사 내내 위엄이 가득한 이 손님들의 웃음보가 터졌으니 정말 색다른 취임식이었다. 이전 총장이 새로운 총장을 맞이하며 축사를 시작했는데 이내 축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물론 새로 총장이 된 로저첸 박사도 정말 기쁜 얼굴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로저첸 박사도 마치 라디오토크쇼의 진행자처럼 유머와 여유를 가지고 취임사를 했다.

앞으로 필자가 하는 축사도 이러한 분위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세레머니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그 행사나 인물을 아주 특별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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