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진천 서전고등학교 교사

서전고등학교는 지난 1월 15일 4박 5일 일정으로 ‘이상설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국외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이번 탐방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 등 32명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둘러봤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조명희 작가의 기념비가 있는 곳이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진천 출신의 대표적인 민중 작가였던 '조명희'에 대한 언급을 했고, 이곳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만 이곳이 개인 사유지여서 우리는 공원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기념비를 바라보며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항일 독립운동의 주요 거점이었던 우수리스크에서 고려인 문화센터,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와 유허지, 안중근 의사 기념비, 발해의 옛 성터, 연해주 독립운동의 발자취 신한촌,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생가, 블라디보스토크 첫 한인 거주지 등을 차례로 탐방했다. 이 가운데 가장 기대가 된 것은 이상설 선생 유허비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서전고는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인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이 1906년 만주에 세웠던 신학문 교육기관인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역사성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학교기 때문이다.

이상설 선생은 1907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종의 특사로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박람회에 특사로 파견됐다가 일제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고 난 뒤에도 러시아에 머물며 항일운동을 전개하던 중 1917년 우수리스크에서 순국했다. 이상설 선생은 '광복되지 않은 조국에 돌아갈 수 없으니 화장한 후 재도 바다에 뿌리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은 2001년 10월 이상설 선생의 재를 뿌린 곳으로 추정되는 수이푼 강변에 유허비를 세웠다. 우리는 강변의 허허벌판에 세워진 이상설 선생 유허지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독립운동의 뜻을 마음에 새겼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올랐을 때, 이 역이 안중근 의사와 이상설 선생이 조국 독립의 열망을 가슴에 안고 열차에 올랐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발해 유적지 탐방에서는 눈 덮인 공원에서 발해 유적지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절터의 주춧돌을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이처럼 연해주 지역도 다른 지역의 항일 유적지처럼 그 역사적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고, 유적지에 기념비 하나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그나마, 정부와 뜻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유적지를 찾아내는 활동과 기념비를 세우는 작업 등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이번 국외체험학습은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 및 한인 거주지 탐방을 통해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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