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유우석 동화작가·소담초 교사


교육 혁신은 달리는 기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는 힘센 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매우 세심한 계획 속에서 준비하고 점검해야 안전하게 바퀴를 갈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학교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교장이 혹은 몇 명의 유능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짝 바뀐 듯 보일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떠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한 교육과 관련된 교육 주체가 모여 혁신의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는 매우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또한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세종시 교육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보인다. 적어도 달리는 기차의 수레바퀴를 갈아 끼울 채비, 즉 기반을 다지는 단계를 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2월 중 많은 시간을 새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을 도움닫기로 표현하기도 했다. 새 학기를 맞으며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 든든하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예전에는 몇 반 담임인지, 맡은 업무가 무엇인지 3월 2일 첫 출근 일에 알려주기도 했다는 말을 하면 신규 선생님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전입한 어느 선생님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근무해 봤지만 업무가 없는 학교를 처음 만난다고 했다. 또 갓 발령받은 선생님들이 앞으로 펼칠 교육활동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보통 학교에서는 업무 담당 부장들이 업무 전달하는 것에 비해 여기 교사들은 민주적인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실감했다는 것이다.

또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교육 방법, 내용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온전한 책을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독서란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독서록과 각종 독서대회라는 이름으로 교실과 학교를 과다 경쟁으로 휩쓸었다. 오히려 이는 독서를 더 멀리하게 만든다. 수능에 나온 시를 정작 그 시를 쓴 시인도 틀렸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가 독서 혹은 문학 교육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이다.

그래서 온전한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기존 교과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선생님과 협력하여 부분을 바라보던 교육과정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이른 바 교육과정 재구성 한다. 이는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 교육에서 전체를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하는 힘을 갖는 것이다. 이는 교사도 학생도 마찬가지다.

이는 민주적인 학교문화, 과도한 업무에서 벗어나 본연의 학교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며, 새로운 바퀴를 달고 학교라는 기차가 달리는 채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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