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23면-이규식문화카페.jpg
▲ 팡테옹 전경<왼쪽>과 에밀 졸라 안치장소<오른쪽>
99돌 3·1절을 보내며 애국지사들에 대한 우리의 보답을 생각한다. 서울 동작동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 국립 현충원에 그분들을 모셨다고는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더구나 건국 이후에 조성된 영역이라 그 이전 선열들을 안장할 수 없는 만큼 원천적인 제약이 따른다.

더구나 친일 행각이 자명하거나 공적이 불분명한 인사들도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어 지속적인 갈등을 야기한다. 현행법상 유족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퇴거시킬 수도 없는 형편이고 보면 국립현충원 안장자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갈등의 여지를 안고 있다.

이럴 때 다른 나라 국립묘지 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가령 프랑스 파리 팡테옹은 1744년 루이 15세가 건립을 결심한 이후 그 뒤 여러 차례 용도 변경을 거쳐 국가 최고의 국립현충원이 되었다. 최근 안장이 확정된 여성 정치인 시몬 베이유를 비롯하여 문인, 학자, 사상가, 정치인 등 여러 계층의 인물들이 잠들어 있다. 사회주의자 장 조레스 안장시 죄파, 우파 간의 논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으로 국민적 존경 속에 팡테옹에 모시는 전통을 지켜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볼테르, 루소,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에밀 졸라, 앙드레 말로, 마리 퀴리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이 이웃하여 나란히 잠든 팡테옹에서는 애국 애족의 여러 유형이 읽혀진다. 자기 분야 학문에 몰두하고, 평생 글을 써서 진실을 수호하거나 더러는 짧은 생애 뜨거운 구국활동에 몸 바친 이들이 후세의 추앙 속에 안식을 취하는 모습은 무엇이 참다운 애국이며 보훈의 길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위대한 이들에게 조국은 감사한다", 팡테옹 입구에 높다랗게 적힌 구호를 되뇌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