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강도묵 대전시 개발위원회장


동계올림픽도 끝났다. 올림픽에 임하는 우리는 ‘8.4.8.4’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것을 탓하지 않는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얼마나 올림픽 정신에 충실했느냐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이런 면을 고려해 볼 때, 조금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 있음은 사실이다. 스포츠정신보다는 남북이 분단되어 그 굴레에서 허덕여야 했던 우리의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물론 올림픽의 정신이 '평화'를 빼놓을 수 없기에 지구상에 단 하나인 분단국가에서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더구나 그 현실이 전쟁을 전제로 한 이를 알고 있는 필자의 가슴에 올림픽을 마친 소회가 찝찝한 것은 뭔가가 있다.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단일팀 코리아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이 아니라, 멤버십이 송두리째 무너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팀 추월'이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날 한 선수의 왕따가 조직의 갈등에서 빚어진 예기된 일이었다면, 이는 한국 스포츠계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문제다. 훗날 김보름 선수는 이 일로 인해 다른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박수갈채에 화답을 하지 못하고, 눈물로 사죄하였지만, 우리는 송두리째 드러난 체육인들의 민낯에 답답한 심정이 되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아니 가질 수가 없다.

이에 반해 전 국민의 가슴에 메아리 되어 박힌 이름이 있다. '영미~, 영미~, 영미~'다. 컬링이라는 경기는 지금까지 우리 국민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운동경기다. 솔직히 말하면 '왜 저리 얼음판을 닦고 쓰는가?'하고 웃어넘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컬링 경기를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라보게 만든 것은 참여하는 선수들의 멤버십 덕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들의 화합과 배려의 흔적이 바로 '영미~, 영미~, 영미~'인 것이다. 8승1패로 예선전을 치르고, 1패를 안긴 일본팀에 준결승에서 설욕하고, 결승에서 비록 스페인에 금메달을 내어 주었지만 온 국민이 컬링 신드름에 빠져 '컬링앓이'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가히 ‘컬링앓이’다. 여기저기에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을 패러디한 동영상물이 나돌고 있다. 선수들의 안경에서부터 표정까지도 정확히 집어내고 경상도 사투리까지 구사하는 패러디물은 그냥 생산된 것이 아니다. 승리하였기에 얻은 것이 아니라 화합과 배려의 결과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보름 선수가 얼음판에 엎드려 국민 앞에 절로 용서를 비는 모습도 가슴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기해 더욱 성숙하기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있어 다행이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았다. 이런 당연한 진실이 우리의 가슴에 둥지를 틀어 온 국민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평창 지역이 대사를 치르면서 어느 정도 경제적 도움이 되려니 기대하며 투자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소망한 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도 서로 나누어 짐 지는 민족적 배려가 있다면 충분히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그 기운이 북녘에까지 미쳐 평화의 한반도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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