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지난 2월 설 연휴를 전후해 와인품평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독일 베를린 와인 트로피 행사에 참석하여 우리의 ‘아시아 와인 트로피’와 대전와인페어 행사를 홍보하고, 독일, 이태리 등 유럽현지 와인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현지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국제와인기구(OIV)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후원하고 있는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 와인 트로피' 행사를 와인의 본 고장인 유럽 현지에서 국제적으로 알리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대전시와 대전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대한 현지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 대전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대전이 와인관련 행사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 대전과 와인과의 관련성이 부족하다며 와인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베를린 행사를 참가해 보니, 대전에서 와인행사를 꾸준히 개최한 지 6년 정도 지나면서 와인이 대전을 국내·외적으로 대표하는 도시브랜드 중 하나로 정착되어 가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대전에서 와인행사가 열리는 9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전을 찾아오고 대전에 모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와인관련 도시로서 대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들은 도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충분한 기반이 없을 경우 새롭게 만들어 꾸준히 잘 가꾸면 자리를 잡아 도시를 대표하는 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부산과 영화는 원래 관련성이 없었으나, 부산에서 국제영화제를 과감하게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성공한 결과, 영화도시로서 인정받고 관련되는 사업이나 인프라들이 계속 늘어나는 등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며 부산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단기간에 성공한 축제로 유명한 화천 산천어 축제도 원래 화천군에는 산천어가 자라지 않아 양식한 산천어들을 구입하여 방류하면서까지 행사를 적극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할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꾸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든다는 말 자체에 가꾸기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만, 가꾸기가 더 본질적이고 중요하다고 볼 때, 가꾸기 없는 만들기는 모래성 같고 속빈 강정이라 할 수 있다. 결혼생활이 정원 가꾸기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듯이, 도시브랜드도 결국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나무나 꽃을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으면 자리잡지 못하듯 도시브랜드의 경우에도 만든 후 장기간동안 세심한 관리와 정성으로 가꾸지 못하면 커나가지 못하고 시들고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헨리 포드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그들은 조금 더 빠른 말과 마차라고 답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중시했다고 하는 데, 스티브 잡스도 이 말을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앞으로 대전이 와인 뿐 아니라 다른 것으로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만들어갈 때 과감함과 더블어 장기간 가꾸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춰 추진하면, 도시브랜드가 도시가치를 높이고 발전을 앞당기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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