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김성우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그 어느 해보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생명이 태동하는 봄에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노인 복지의 현장 또한 겨우내 휴지(休止) 기간을 마치고, 여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중에 하나가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이다. 본 사업을 위해 시·군·구별로 이미 사업 발대식을 마쳤거나 준비 중이며, 본격적으로는 3월부터 올해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시범 기간을 거쳐 확대 시행돼, 이제는 노인 복지사업의 영역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김대중 정부 때에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의 연장선상 안에서,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부각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관계의 정립이라는 사회 복지의 흐름 안에서, 이 사업은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더욱 강화되고 확산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전담 인력의 처우 개선 강화와 사업량 확장 등으로 인해 노인 일자리 사업의 총예산이 2017년 5232억 원에서 올해 6349억 원으로 21%가량 인상됐다는 점만 보더라도 본 사업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은 노인 사회 활동(공익 활동)과 노인 일자리(시장형, 인력 파견형 사업단)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공익 활동에 참여한 어르신의 경우에는 매월 27만 원 이내의 활동비를 받고 있으며, 노인 일자리에 참여한 어르신의 경우에는 활동 시간이나 사업장의 매출액, 또는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업체의 채용 조건에 따라 활동비를 차등 지급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을 시행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사업 또한 '복지'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얻어 단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주도적으로 국가 경제와 공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과 삶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2014년)에 의하면,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현재 일을 하는 이유를 질문했을 때 전체 응답자 중에 79.3%는 생계비 지원에 목적이 있다고 했다. 반면, 용돈 마련 (8.6%), 건강 유지(3.1%), 사교·친교(0.4%)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비록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의료 급여 수급자가 제외된다 하더라도, 어르신들이 지니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경제 활동을 통한 수입에 치우쳐 있는 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은 자칫 노인 복지관과 시니어 클럽에서 이루어지는 일자리 소개 사업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발굴 등과 같은 경제적 지원에서만 이 사업이 실행될 것이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차원에서의 지원 등 다각적 접근이 이루어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 진행 중에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서비스를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업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복지적 색채를 가미하기 위한 개선책이 제기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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