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춘추]
김기복 대전시 7대 명예시장(보건복지여성분야)


'복지사각지대 ZERO(제로)를 꿈꾸는 지역사회.' 어느 날, 도마 2동 주민센터에서 본 문구다. 반가웠다. '복지사각지대 제로'를 꿈꾸는 사회라니? 구호 자체에서도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노인이 어르신 대우를 받지 못하고 늙은이 처지가 되면서 가족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주변인들로부터 잊혀지는가하면, 가난과 질병 그리고 소외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어려운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더구나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양극화 현상으로 소외된 약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전시의 복지정책과 예산확충 그리고 관계기관 단체들의 많은 헌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 서비스의 중복과 누락, 그리고 연계의 단절 등으로 인해 복지의 사각지대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사례를 한번 보자.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총동 단독주택 지하에 세 들어 살던 송파 세 모녀 일가족이 자살했다. 두 딸의 어머니 박모씨는 몇 해 전부터 35세 큰딸과 32세 작은딸을 데리고 인근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 때문에 비싼 병원비를 신용카드로 지속 부담하여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였고 두 딸의 아버지는 12년 전 방광암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 어머니 박 씨가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으나, 사건 발생 1달 전에 넘어져 몸을 다쳐 식당을 그만두게 되면서 실의에 빠진 생활이 계속됐다고 한다. 이렇게 지속적인 생활고로 인해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가 없어 그 모녀는 집세 및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집주인에게 남긴 채 번개탄을 피워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생을 마감한 세 모녀 일가족 자살 사건은 사회보장제도 개선에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우리 정부에서는 '복지사각지대 ZERO(제로)를 꿈꾸는 지역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복지사각지대를 구석구석 찾아 나서고 있으니 세 모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 할 것이다. 이와관련 대전시는 저소득·취약계층 발굴지원 추진단을 구성하여 5개구 79개동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영면(永眠)하시라. 그대들이 고귀한 생명을 바침으로 인하여 복지사각지대 제로화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으니 부디 가난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드시라." 대전시 복지 정책에 찬사를 보낸다.

<온누리청소년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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