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오덕성 충남대학교 총장


요즘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을 진단하는 학자들의 설명을 보면,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는 것과 같은 모호한 진단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이 각 산업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1/3 가량 줄어든 현재의 직업군을 걱정해야 되는 수준이고 당연히 기업들도 새로운 분야에 개척을 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한 위협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전망임에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곧 교육의 현장에서 이를 준비해야 하고 대학은 그 중심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거점대학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월초에 방문했던 독일의 우수 연구중심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모습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줬다.

첫째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은 역량이 우수한 신임교수의 채용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베를린 공대의 경우 베를린 시와 협력해 디지털 기반 미래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아인슈타인 센터를 설립했다. 미래 융합기술의 방향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체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에서 우수한 신임교수를 직접 채용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대학이 산학협력캠퍼스를 조성해 새로운 미래기업을 대학으로 끌어들이는 지역혁신의 성장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아헨 공대의 경우 대학 내 350개의 기업이 입주해 이들 기업과 활발한 산학협력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e.GO 업체의 경우 자율주행 자동차를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하고 지역에서 시험주행을 하고 있었다. 차세대 직물공학연구소에서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첨단 생산시설 자체가 대학 내 연구소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아헨 공대의 산학협력의 방향은 메르세데스 벤츠자동차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스투트가르트 대학의 경우도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셋째로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다. 독일 남부 튀빙겐에 위치한 막스프랑크 연구소에서는 기초분야와 첨단의과학 분야를 포괄하는 생물학적 인공두뇌학(Biological Cybernetics)을 연구해 세계 최고수준의 결과를 이루어 내고 있었다. 특히 뇌에서 인식하는 인지과학에 대한 다방면의 연구를 독일뿐만 아니라 스위스, 미국 등 해외 대학과 같이 공동 수행하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대한 염려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는 지역 거점대학의 총장으로서 독일의 연구 중심대학들이 지향하는 변화의 모습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대학의 경계를 벗어나 세계적인 인재를 대학으로 끌어들이고 미래산업의 선단에 서 있는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도전의 현장이 대학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독일의 앞선 모습을 배워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