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의도적인 방화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친부모가 채운 목줄로 3살 아이가 질식사하고, 딸을 살해하고 딸이 실종됐다고 울부짖으며 쇼를 하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들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다. 또 아동학대 신고번호가 112로 통합돼 2016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00년 아동보호 체계가 구축된 이후 가장 많은 신고건수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2016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만 9203명이던 신고건수는 2016년 2만 9671건으로 일 년 만에 1만 468건(54.5%)이나 크게 증가됐다. 이중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2015년 1만 1715건, 2016년 1만 8700건으로 6985건(59.6%)이 증가 됐다.

아동학대의 유형을 보면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성학대 유형이 두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발생한 중복학대가 8980건(48.0%), 정서학대 3588건(19.2%), 방임 2924건(15.6%), 신체학대 2715건(14.5%), 성학대 493건(2.6%)로 피해아동의 절반 가까이가 중복학대를 받고 있었다. 또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수는 2015년 16명에서 2016년 36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고, 아동학대가 일어난 가정에서 또 다시 학대가 일어나는 재학대는 2016년 1591건으로 전체 학대 건수의 8.5%를 차지했다. 학대 행위자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1만 5048건(80.5%), 대리양육자가 2173건(11.6%), 친인척 795건(4.3%)으로 전체 학대건수 1만 8700건 중 1만 8016건(96.3%)이 가족들에 의해 학대가 이뤄지고 있어 가족에 의한 학대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도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우려해 지난 1월 대통령께서 아동학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4월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아동학대 조기발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혀 연간 3만여 건이던 아동학대 신고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발견 시스템의 발전에 비해 아동보호체계의 인프라는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대전의 경우 2016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885건으로 59개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신고율 5위를 기록했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타 광역시가 2~4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단 1개소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대전에서 매일 발생하는 하루 평균 약 3건의 신고사례를 현장조사와 학대판정, 학대 가해자와 피해아동의 사례관리를 통해 학대 발생의 원인인 양육자의 특성과 가정 상황을 변화시켜 재학대를 예방토록 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신고 접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축적된 노하우를 살리지 못하고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아동학대 대책이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이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피해아동과 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질 높은 서비스가 이뤄지는 등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아동보호체계의 인프라 구축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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