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변평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초기에 있었던 전해오는 일화 한토막. KAIST 교수들의 봉급과 우리 국립대 교수들의 봉급차이로 불화가 생겼다. 미국에서 온 교수들은 미국에서 받는 연봉의 1/4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내 국립대학 교수보다는 3배가 많았다. 국립대 교수들의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교수들의 급여도 열악했던 것. 마침내 이와 같은 시비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 되었고, 대통령은 KAIST 교수들의 급여표를 가져오라고 했다. 대통령은 급여표를 보고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음, 봉급이 나보다도 많군. 그래도 이대로 시행해." 대덕연구단지가 이루어 지기 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를 말해 주는 일화다.

교통부 장관과 수자원공사, 산업기지개발공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당시 박정희대통령 밑에서 굵직한 국토개발사업을 지휘했던 안경모 씨는 퇴임 후 대덕연구단지에서 조그만 불고기 식당을 운영했다. 장관까지 한 분이 손수 손님을 받고 계산을 하는가 하면 손님이'공기밥 하나 추가요'하면 종업원 기다릴 것 없이 직접 서비스를 하곤 했다. 이걸 두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장관을 했어도 그것에 자만하거나 권위의식에 빠지지 않고 늙어도 일하며 사는 모습이 본 받을 만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손님들과 어울려 이야기 하기를 좋아 했다. 주로 그가 직접 참여했던 개발사업, 예를 들면 울산공업단지건설, 경부고속도로건설에 대한 뒷이야기 였다. 특히 그는 대덕연구단지건설에 따른 일화는 많이 들려 주었다. 대체적으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대덕연구단지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했고, 건설현황을 손수 챙기고 독려했다는 것이다. "박대통령은 대덕연구단지의 연구분위기를 많이 강조하셨죠. 높지 않고 얕으막한 구릉지를 깍아서 평지로 만들지 말고 되도록 자연 그대로 살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대덕터널도 산을 밀지 않고 살리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처음에는 터널 계획이 없었죠"하고 회고했다.

구릉지를 밀어 붙이면 집 지을 땅은 넓어지지만 연구분위기를 해친다는 논리다. 사실 지금 대덕연구단지가 국내 최고의 연구단지가 되고,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개발 초기의 정신이 꾸준히 이어 왔기 때문이다. 정말 이 아름다운 구릉지 넓은 땅을 저렇게 둘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지으면 참 좋을 것이라는 욕심이 생길 만 하다. 쾌적한 주거지를 확보해서 좋고 수익창출에도 좋고…. 하지만 대덕연구단지가 갖고 있는 국가적 중요성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보존해온 그대로 연구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곳에 터를 잡을 때만해도 보릿고개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가난한 경제형편 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과학기술입국이 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의지로 연구소를 꾸몄고, 미국, 독일 등지에 있던 우리 우수한 과학자들을 설득하여 데려옴으로써 13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럭키 중앙연구소등 민간연구소 등이 둥지를 틀게 되었고, 지금은 연구인력이 2만명에 이르는 세계적 연구단지가 되었다. 그리고'1,000마리 노루새끼보다 1마리 사자를 만든다'는 목표로 오늘 우리 산업기술 선진화에 크게 공헌해 왔다.

따라서 이렇게 조성된 자랑스러운 대덕연구단지가 제역할을 다 할수 있도록 연구분위기를 해치는 개발계획은 국가를 위해 않는게 좋다. 요즘 연구단지 공원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개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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