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라가치' 두 차례 수상 정진호 작가, 신작 '3초 다이빙' 출간

▲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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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어른 다른 재미 느끼는 그림책 지을래요"

'볼로냐 라가치' 두 차례 수상 정진호 작가, 신작 '3초 다이빙'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어린이책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자로 두 차례나 이름을 올린 젊은 작가 정진호(31)가 신작 '3초 다이빙'(스콜라)을 냈다.

그는 2015년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라가치 오페라 프리마 부문 상을 받았고, 올해에는 '벽'으로 예술·건축·디자인 부문 '특별 언급' 상을 받았다. 이어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또다른 신작 '3초 다이빙'을 냈다.

그림책 작가로 데뷔하자마자 두각을 드러내며 활발히 신작을 내놓고 있는 이 작가는 대부분의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그림은 첫 책을 내면서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동화나 소설 같은 것을 계속 써왔죠. 그러다 취미로 더미북(가제본한 책)을 만들기 시작했고, '위를 봐요' 더미북을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출간이 결정되면서 그림책 전업 작가를 진로로 정하게 됐습니다."

정 작가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림책 작가가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림을 지금도 잘 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작가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시선과 접근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건축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림책 소재들을 건축에서 많이 가져옵니다. '벽'의 경우도 소재나 표현방법이 대놓고 건축적이죠. '위를 봐요'는 평면도 개념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것이고요."

이번 신작 '3초 다이빙' 역시 기하학적인 표현이 돋보이지만, 전작들에 비해서는 메시지가 더 강한 책이다.

끊임없이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신나게 놀면 된다고 다독여주는 이야기다. "하지만 난 이기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누군가는 꼭 져야 하니까. 대신 난… 다이빙을 하러 왔어. 우리 모두 3초면 같이 웃을 수 있는 걸." (책 본문 중)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 일하며 도서관과 초등학교에 강연을 다닐 기회가 많아 한 해 1천 명 넘는 아이들을 만난다고 했다. 아이들을 보며 크게 느낀 것을 바탕으로 이번 책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뭘 하더라도 승리와 패배를 생각하더라고요. 놀려고 하는 활동도 '내가 먼저 했다', '내가 더 잘했다'에 집중하는 게 슬펐어요. 승패와 상관없이 놀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요. 다이빙은 유명한 갈릴레이 실험이 있듯이 무게에 상관없이 똑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이 책의 소재로 쓰게 됐죠."

그가 특히 약자에 더 관심을 쏟는 것은 어린 시절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경험과 관련이 크다. 두 살 때 오른손 손가락 부분에 화상을 입고 수술을 여러 차례 받느라 병원에서 아픈 친구들을 많이 보았고,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찍이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어른과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와 재미를 주는 그림책을 내놓고 싶다고 했다.

"제 책을 보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이해하는 내용이 달라요. '벽'의 경우 어른들은 벽의 모양을 보고 마음의 문제나 인간관계 문제를 떠올리지만, 아이들은 순수하게 벽 모양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3초 다이빙'도 어른들은 경쟁의 문제에 주목하지만, 아이들은 주인공이 계단을 올라가는 자세나 그림 자체에 집중할 것 같아요. 이렇게 다르게 보이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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