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새해 들어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는 정규직 연구원 5명을 채용공고하고 서류심사를 통과한 인재를 대상으로 논술시험을 치렀다. 5명을 모집하는 공고에 96명이 지원함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낀 시간이기도 하다.

모집분야는 모두 3가지 분야로 문화홍보분야 1명, 문화산업분야 2명. 문화예술분야 2명이었다. 필자가 특히 관심을 둔 분야는 언론홍보 분야였다. 이번 문화홍보분야 응시생을 대상으로 출제한 논술 문제는 이러했다. 다음 내용의 공통점을 논하시오. "'배냇저고리와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관 밖으로 손을 내 놓아라'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이다"가 문제였다. 모범적인 답안을 통해 응시자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청주문화를 책임질 인재들의 인생관에 대하여 알고자 했다. 인간이 태어날 때 처음 입는 옷이 '배냇저고리'다. 태어나는 인간은 엄마에게 절대 의존적이어서 그 무엇을 챙길 필요가 없다. 배고프면 그저 울면 된다. 모든 것을 엄마가 챙겨준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스스로 챙길 그 무엇도 없고 챙길 의지도 없다. 무엇을 넣을 주머니가 필요 없다. 욕심이 없다는 얘기다. 엄마로부터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 비로소 내 것을 알게 되어 소유욕이 생겨난다. 그리고 저승 가는 사자(死者)가 입는 수의(壽衣)역시 호주머니가 없다.

죽은 자가 뭘 챙길 수가 있겠는가? 챙길 의지도 없고 설령 유족이 챙겨준다 해도 아무 쓸모가 없다. 호주머니는 분명 용도가 있거나 예상되는 무엇을 넣어 준비하는 것인데 반해 죽은 사람은 그 물건을 챙겨간들 전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자 알렉산더 대왕은 죽기 전에 유언을 했다. '내가 죽으면 관 밖으로 두 손을 내 놓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해라' 그 이유는 죽으면 어느 것 하나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비록 세계를 지배하며 온갖 금은보화를 챙겼음에도 말이다. 사실 그는 불과 왕이 된지 12년에 지나지 않은데다 세계정복 등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보다 막강한 절대적 권력을 누리고 누려야 했다.

그러나 죽음 앞에 서자 그는 정치적 권력과 재력이 한낱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죽기직전에 알고 신하들에게 비움의 철학을 깨닫게 한 것이다. '관 밖의 손', '호주머니 없는 배냇저고리와 수의'는 불가에서도 흔하게 회자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는 뜻이다.

부귀영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주머니는 지나친 소유의 굴레에서 끝없이 허덕이는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다. 평생 내 것인 줄 알고 악착같이 챙긴 많은 물질과 상념(想念)들을 하나도 가져가지 못한다. 버려두고 가야하니 물질과 정신에 과도하게 집착하지마라. 노자의 무욕(無慾)론, 욕심을 채우는 과욕(過慾)이 아닌 덜어내는 과욕(寡慾), 이 시대 새겨볼 명언이다. 물질과 재산을 과욕하고 탐하다가 지금도 교도소에 있고, 교도소를 들어가야 할 수많은 사람들을 본다. 그 지위와 권력이 어떠한들 과욕이 불러오는 화마(火魔)를 피할 수 없다.

필자가 태어나서 배냇저고리를 입혀주신 어머니도 이제 연로하여 연세가 구순을 넘기고 수의(壽衣)를 입으실 날이 다가오고 있다. 청주로 모셔와 병원에 계신지가 한 달이 넘어간다. 인생무상이다. 지금 내가 차고 있는 주머니에 담겨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공부시켜 세상으로 보내 자식 된 도리를 다하도록 가르치셨지만 불효의 연속 앞에 참으로 부끄럽다.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번 문화재단의 새로운 인재들의 모집에 응시한 수많은 청년들을 보면서 청주문화의 미래를 그려본다. 시대는 흘러가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 청주문화를 창조하는 역사 앞에 의젓한 청년들이 되길 바라며, 지역문화의 일꾼이 되어주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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