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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도시인의 삶에 위안주는 무공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연합뉴스 cctoday@cctoday.co.kr 2018년 02월 21일 수요일 제0면     승인시간 : 2018년 02월 21일 07시 37분
▲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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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도시인의 삶에 위안주는 무공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텃밭에서 직접 기른 농작물로 그날그날의 먹거리를 만들고, 기와를 때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를 보낸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누리는 소박한 삶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로망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그런 도시인들의 로망을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세대를 불문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삶에 지친 도시인들을 위한 쉼표 같은 영화다.

어느 겨울날, 혜원(김태리 분)은 가방 하나를 메고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혜원은 고교 졸업 후 그토록 동경하던 서울에 올라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없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임용고시에도 떨어지고,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다. 고향 집에 며칠 머물며 머리를 식힐 생각이었던 혜원은 그렇게 하루, 이틀을 지내다 결국 1년을 보낸다.

영화는 시골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혜원과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의 이야기를 담는다.







혜원은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는 듯 날마다 직접 키운 농작물과 주변의 산과 들에서 얻은 식재료로 한 끼 한 끼를 정성껏 만들어 먹는다. 아카시아꽃 튀김, 예쁜 꽃잎을 얹은 크림 파스타,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 눈 속에서 막 캐낸 봄동을 넣어 끓인 된장국, 케이크처럼 삼색을 내는 시루떡, 쫀득쫀득한 수제비, 한껏 부풀어 오른 감자 빵, 콩을 직접 갈아 만든 콩국수까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음식들을 혜원은 엄마가 알려준 방식대로, 혹은 자기만의 레시피로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그가 요리하는 과정과 접시에 담긴 요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고, 저절로 입안에 군침이 돈다.

혜원의 엄마(문소리)는 남편을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딸을 홀로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그러나 혜원이 고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편지 한 장을 남겨놓고 집을 떠났다. 혜원에게 요리는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이다. 그는 자신이 차린 밥상 앞에서 늘 "감사합니다"를 크게 외친 뒤 맛있게 먹는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던 도시 생활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호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요리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혜원이 해주는 요리를 먹으며 친구들은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우정을 쌓는다. 친구와의 사소한 오해를 푸는 것도 바로 요리다.

혜원은 고향 집에서 1년을 보낸 뒤 비로소 자신이 자양분을 주고 가꿔야 할 자신만의 숲, 그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다.

영화는 인공조미료(MSG)를 넣지 않은 음식처럼 담백하다. 자극적인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심심할 수 있다. 그러나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처럼, 개성 있는 캐릭터와 "열매를 따는 것도, 병뚜껑을 따는 것도 모든 것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와 같은 맛깔스러운 대사, 1년에 걸쳐 담은 아름다운 농촌의 사계절 풍경이 또 다른 재미와 위안을 준다. 물론, 농촌 생활을 판타지처럼 한가롭게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노동과 땀이 뒷받침돼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취업난 등에 시달리는 불안한 20대를 대변하는 김태리는 그만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클로즈업으로 잡힐 때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도시의 직장 생활을 접고 귀농한 재하 역의 류준열, 시골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은숙 역의 진기주 역시 배역에 녹아들며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제보자'(2014)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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