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길수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아동학대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아동의 간절한 소망은 과연 무엇일까. "아빠가 일찍 집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자다가 맞으면 다시 자기 힘들어요. 차라리 빨리 맞고 자는 게 좋아요."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신고번호(112) 변경 등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전반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사례는 매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2만 9671건으로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가 구축된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아동학대 조기발견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아동학대 신고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고시스템의 발전에 비해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1개소에 불과하며 매년 겨우 1~2개소 정도만이 신규 설치되고 있다. 충남도도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현재 설치돼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개소 뿐이다. 현 상황에서 신고와 조기발견만 강조하는 국가 대책은 무책임하며, 아동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 하고자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달 18일 열린 2018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국가 차원의 아동보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업무추진계획이 발표됐다. 여론만을 고려한 임시방편의 대책이 아닌, 현 아동보호체계에 대한 철저한 진단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 대책과 효과적인 계획 등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아동보호체계 기준선’을 마련해 이에 대한 학계, 민간전문가, 국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학대 문제의 원인은 개인, 가족, 사회 환경 전반에 이르러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에,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아동학대 개입에 대한 공공성 확보와 더불어 다양한 전문서비스 모듈을 개발하고 인력을 배치하도록 투자해야 하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방과 조기발견 못지않게 학대가 발생한 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1만 8700건인데 이 중 8.5%인 1591건이 재학대로 접수됐다. 재학대의 경우 상습적으로 아동학대가 발생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심각한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체계적으로 사례를 관리하여 재학대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회적 약자 특히 학대받은 피해아동들은 지금도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아동보호체계를 벗어나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극단적인 사건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개인과 사회·경제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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