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박홍준 대전예총 회장


가까웠던 친구이자 같은 길을 가던 언제까지나 같이 갈 것 같던 친구, 부르면 달려갔던 친구, 가끔은 삐지기도 하고 속 깊은 대화로 예술에 대한 속내를 주고받으며 대화속의 냄새 마저 느꼈던, 대전의 서양화가 김동창이 영영 다른 길로 간지도 몇 해가 지났다.

일전 어느 의미 있는 모임에서 작금의 우리예술계의 현황을 주고받은 말 중에서 전시나 행사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작가들의 현장에 대한 보존과 스토리텔링이 있는 포장작업도 예술문화의 연속성 유지와 새로운 볼 것의 향유를 위해서 심도 있는 논의와 보존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개진을 한 적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삼개월! 뮤지움과 갤러리를 내내 빙빙 돌며 고호, 밀레, 피카소, 마네, 모네, 로뎅을 그들의 직업과 목적을 따라 한없이 찾아다닌 적이 있다. 파리의 지하철과 버스는 이방인에게는 너무 편한 발이었다. 목적은 하나 그들은 우리들의 우상이 될 만큼 대단한 화가인가 또는 오르지 못할 나무인지… 우리의 김홍도나 장승업, 정선을 비롯한 유홍준 씨의 화인열전에 등장하는 우리의 화가들보다 한 수나 두 수가 더 나은지… 지니고 있는 예술과 인문학적 지식의 소통과 관용의 협량 탓인지, 내게 돌아온 답은 내 것이나 제대로 알자였고 우리 것에 대한 포장과 이야기꺼리를 더 파보자는 것과 자신있는 내 것과 주변에 애정과 관심을 갖자는 결론이었다.

예술가들의 作品과 行爲에 가져가던 관심만큼 이제는 그들이 머물던 공간과 그들이 애정을 가졌던 환경에 관심과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우리의 폭넓은 진열장에 그들을 포장하여 올려놓는 능력과 기술을 발휘하여야 할 때가 지금 아닌가 한다.

오늘도 사무실벽에 걸려있는 김동창교수의 그림을 드려다 본다 말을 타고 선남선녀의 무심한 듯 뒤돌아 보는, 대화가 있는 듯 없는 듯 기억의 실루엣처럼 표현한 그의 그림 속에서 무슨 말을 나에게 던지고 있는 듯하다. “너무 복잡하게 살지마 그저 세상은 그렇고 그런거야 너혼자 잘한다고, 세상걱정 다 짊어지고 산다고 변하는 것은 없는거라고.” 중얼중얼 빨간 뾰족한 입으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게 흩어지는 말로 한마디 하는 듯 하다.

대전화가 김동창의 대표작 몇 점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오는 3월 11일까지 열리고 있다. 생전 그의 말대로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친숙한 모습과 포즈를 통해 익숙하게 다가오는 마음의 풍경으로, 그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정이 있는 풍경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1월 언저리면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것처럼 독백을 되내인다. 보고싶고, 그립다. 그리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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