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뢰 연출…김승우 "연극상 신인상 도전이 목표"

▲ (윗줄 왼쪽부터) 폴역의 김상중, 김승우, 이건명, 버스터역의 고인배 (밑줄 왼쪽부터)애니역의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
▲ (윗줄 왼쪽부터) 폴역의 김상중, 김승우, 이건명, 버스터역의 고인배 (밑줄 왼쪽부터)애니역의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
김상중 "연극 '미저리', 영화와는 다른 묘미 있을 것"

황인뢰 연출…김승우 "연극상 신인상 도전이 목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미저리'는 영화로도 친숙한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유명 소설가 '폴'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간호사 출신 '애니'가 폴을 구한다.

평소 '폴'의 소설 '미저리' 시리즈의 애독자였던 애니는 자신의 집에서 폴을 간호하며 그의 새 소설을 읽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소설에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하게 된다.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이후 국내에서 초연되는 이 작품은 지난해 MBC 연기대상을 받은 김상중을 비롯해 김승우, 이건명,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 고인배 등 쟁쟁한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연극 '미저리' 홍보영상[https://youtu.be/aNddvKzzU9Y]

'폴'역을 맡은 김상중은 13일 오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2000년도에 연강홀에서 연극을 마지막으로 한 뒤 18년 후 다시 같은 곳에서 연극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작년 초 (연극을 제작한)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의 송병준 대표가 이런 연극을 준비 중이라고 하더군요.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해 호평받았고 흥행도 했다고요. 판권을 사 와서 기획 중인데 할 생각이 있어서 번역부터 하라고 했죠. 농담반 진담반 이었는데 어느날 번역이 끝났다고 대본을 주더라고요. 읽어봤더니 영화와는 다른 묘미가 있었어요.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 황인뢰 감독이 연출한다고 하더라고요. 황 감독은 영상의 서정미를 어떤 감독보다 잘 만들어내는 분이라 그분이 연출하면 섬세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되겠다고 해서 시작했죠."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김승우도 이번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한다. '폴'역에 출연하는 김승우는 장난스럽게 "신인상이 목표"라며 각오를 밝혔다.

"(출연이)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데 20년 동안 (연기력이) 탄로 나지 않았는데 괜히 무대 섰다가 들통날까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황인뢰 감독님이 제 TV 데뷔작 연출자이기도 해서 대본도 보기도 전에 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연습하는데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아내나 주변 사람들도 스트레스받을까 걱정했고요. 그런데 재미가 힘듦을 이겼어요. 연습하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이래서 연극을 하는구나, 같은 연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녀석이 왜 무대에 왔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녀석이 무대와 꽤 잘 어울리는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었던 만큼 연극은 아무래도 영화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영화에서 '애니'역의 캐시 베이츠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에 '애니'역을 맡은 배우들의 부담감이 더욱 컸다.


길해연은 "(애니역) 제안을 받고 모든 배우가 같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황인뢰 감독님이 '애니는 외로움의 끝에 선 사람'이라는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인물에 대한 이해는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됐죠. 이 여자가 하는 모든 행태가 외로움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했어요. 관계 속에서, 결핍에서 비롯된 집착으로 시작했다고 이해했습니다."

고수희는 "캐시 베이츠와 제가 싱크로율 3만 퍼센트일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담이 대단히 큽니다. 캐시 베이츠를 상상하면서 (공연에) 올 텐데 캐시를 능가하는 고시 베이츠가 돼야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영화도 몇 번이나 다시 보면서 장점은 따왔고 소설도 다시 읽으며 제가 느끼는 미저리에 대한 감정을 영화와는 좀 다르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이 고수희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해달라고 해서 과연 내게 어떤 사랑스러움이 있을까 고민도 했죠. 두 선배님이 표현하는 애니와는 좀 더 많은 부담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연출도 마찬가지다. 황인뢰 연출은 "영화가 워낙 흥행에 성공했고 극중 여배우 이미지가 강해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도 됐지만 방해도 됐다"고 설명했다.

황 연출은 "연극은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기조는 놓치지 않고 따라가지만 사랑의 방법을 잘 모르는 한 여성이 갖는 서툰 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살려보려 애를 썼다"면서 "멜로적인 요소를 염두에 두고 보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폴' 역으로 출연하는 이건명은 "영화나 소설만 생각하고 너무 무섭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중간중간 요소요소 웃음 코드를 잘 숨겨놓아 영화나 소설 분위기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4월15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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