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호 충북도교육청 장학관
어린아이들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아이들의 영롱한 눈빛과 순수 그대로의 동작을 따라 해보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들이 눈빛에서 ‘희망얼굴’을 그렸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한동안 몸이 안 좋았는지 마주칠 때면 시선을 피하며 좀처럼 곁을 주지 않고 까다로웠던 승원이. 그랬던 승원이가 이렇게 밝은 친구가 돼 내게로 다가와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건강하게 자라거라 승원아, 꼭 지구를 지키는 멋진 경찰관 아저씨가 되렴."
아이들은 온통 지금뿐이다. 아이들은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어 보인다. 추위도 상관없고 다른 이의 시선도 관심 없다. 어제 했던 놀이인데도 그저 지금 하는 놀이에 마치 처음인 듯 모든 것을 쏟아부어 몰입해 빠져든다. 딴생각이 없다. 영원히 그럴 것 같다. 돌이켜 보건대 한때 우리도 저랬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난생처음인 듯, 지금이 삶의 전부인 듯, 오늘, 순간만 살던 시절이 있었다. 놀이 그 순간이 전체이며 영원이었던 시절 그러다 배고프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걸 미련 없이 버려두고 엄마 곁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업보나 죄가 쌓일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아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오래도록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런 세상을 영원히 지켜 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