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충진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위원장


올해는 무술년, 황금 개띠의 해이다. 개는 예로부터 인간과 매우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 되기까지 과연 언제부터 인류와 생활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지만, 최근 과학계에서는 3만년 이전부터 인류와 함께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3년 러시아 알타이 산맥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3만 3000년 된 개 화석을 정밀분석한 결과 현생 늑대보다 개의 유전자와 더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혹자는 개의 가축화가 도구의 발명에 버금가는 진화사적 의미를 가진다고도 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원시 인류에게 뛰어난 후각과 청각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더욱 손쉽게 획득하도록 도왔던 개의 존재는 가축 이상의 동반자였음이 분명하다.

이 때부터였을까. 오랜시간 인류의 곁에서 함께 생활해오며 개는 정서적으로도 인간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됐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서는 용맹하며 충성스러운 개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 보면, 옛 민화 속에서 개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개의 존재는 사냥과 안내자의 역할을 넘어 잡귀와 병을 물리치는 수호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견공(犬公)'이란 낱말 하나에 함축돼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난해 우리는 참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헌법재판소 탄핵선고로 인해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주며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우리 청주시에서는 불과 몇 달을 사이에 두고 극심한 가뭄과 유례없는 수해를 함께 겪었으며 청주시의 수장을 잃는 고통과 혼란의 시간마저 견뎌야만 했다. 그러나 황량한 토지에서도 한 방울의 생명수가 싹을 틔우듯 거칠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청주시는 변혁을 위해 꿈틀대고 있다. 2014년 7월 통합청주시 출범이후 3년여의 시간동안 꾸준히 미래로 발걸음을 내 딛으며 100만 인구, 중부권 핵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쉼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과 발전은 조화와 화합의 토양 위에서 더 큰 꽃을 피울 것이다. 견고한 석축을 올리듯 도시와 농촌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와 소외계층을 보듬을 수 있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쌓여야 한다. 더불어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늘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날이 바뀌면 자연스레 해가 넘어가는 것이겠지만, 무술년을 맞이하는 청주시민들의 감정은 여느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새해엔 늘 저마다의 희망과 꿈을 소망하지만 오늘 더 간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힘든 어제를 지내와서이고, 그 많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음을 믿으며 행복한 내일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는 변화의 시기에 놓인 청주시가 황금개처럼 용맹함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친근함과 조화로움으로 모두를 화합할 수 있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바라던 미래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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