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어린이재단 러브 투게더]
〈14〉 현서의 꿈을 지켜주세요 - 2편
8살때 쓰러진 언니 은서
현서에겐 가장 친한 친구
작은 변화도 온가족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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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특별한 것들이 있다. 저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평범하고 당연한 것들도 어떤 이에겐 가슴 뛰게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다. 피아노 영재 현서네 가족이 그렇다.

예고 없이 찾아온 검은 재앙은 이제는 모두 타버려 잿가루가 됐지만 그을림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 당시 현서의 언니 은서는 8살이었다. 갑작스런 고열로 처음 응급실 문고리를 잡을 때만 해도 엄마 이모 씨는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은서의 응급처치가 시작됐고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에 물이 찼다며 은서는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됐고 그렇게 2년 반 동안 지옥 같은 병원 생활은 시작됐다.

은서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된 그날부터 엄마의 영원한 아픈 손가락이 됐다. 부모는 믿을 수 없다며 병원 측에 과오를 물었지만 퇴원 후 몇 년 간 지불하지 못한 병원비 8000만원에 대한 독촉을 당했다.

당시 미취학 상태였던 현서는 외할머니와 함께 지냈고 엄마와 함께 병원생활도 했지만 어린아이였음에도 나쁜 기억임을 알았는지 지금은 그날 일을 떠올리지 못한다. 비록 말을 하지도, 움직일 수도 없는 언니지만 현서는 언니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언니가 조금이라도 다른 반응을 보이거나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 그날은 더할 나위 없는 특별한 날이 된다. 은서의 미세한 변화가 가족들에게는 희망이라는 가장 큰 선물이 되는 셈이다. 꼭 말로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마음의 무게를 강조하는 현서는 이미 성숙한 어른이다.

하루 24시간, 아니 그 이상 누군가의 간호가 필요한 은서는 올해 중학교 3학년, 현서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고통 총량의 법칙은 현서네 가족에게만 해당되지 않는 듯 악재는 겹쳤다. 엄마는 지난해 여름 후천성 혈우병을 진단 받고 투병 중이다. 체력은 갈수록 떨어진다.

현서의 피아노 공연이나 통원 치료 등 급한 일이 있을 때 친정엄마나 활동보조 서비스를 통해 틈틈이 시간을 내지만 이제 이조차도 여의치 않다. 맞벌이가 불가능한 이들 부부의 경제적 고민은 언제나 짙다. 엄마 이모 씨는 “은서를 돌보느라 현서에게 관심을 많이 못준 만큼 사랑은 부족하지 않게 주려고 노력했다”며 “그럼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노력하는 현서에게 고맙지만 경제적인 뒷받침을 정상적으로 해줄 수 없어 미안할 따름”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23일자 1면에 3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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