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문화가 확산되면서 종전에 생소하던 명칭의 커피가 다양하게 보급되었다. 예전 분말이나 과립형태로 병에 든 커피를 타마시거나 스틱모양의 커피믹스에 익숙했는데 커피 전문점이 전국에 6만개에 이르는 이즈음 온갖 형태의 커피음료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였다. 원두를 갈아만든 분말에 9~11 bar의 압력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짧은 시간에 추출하는 고농축 커피 에스프레소가 모든 종류 커피의 베이스가 된다.

유럽지역에서는 지금도 커피하면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 한 모금에 마실 수 있는 작은 잔, 드미타스에 담겨 나오는 진한 향의 커피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외국에서는 바쁜 아침 출근 길 이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카페라떼, 카푸치노 같은 명칭에는 커피생산국이 아님에도 명칭에서 커피 종주국 노릇을 하는 이탈리아 문화가 배어있다. 아이스크림의 경우에도 '젤라또'라는 표현으로 명성과 경쟁력을 확보한 이탈리아 식문화의 발빠른 행보가 엿보인다.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은 이제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다. 에스프레소에 약 10배 가량의 뜨거운 물을 첨가한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어로 미국인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뜨겁고 구수한 숭늉문화의 영향인지 선호도는 압도적이다. 본토는 물론 괌, 사이판에 이르기까지 미국 식당에서는 으레 손님들에게 커다란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운 냉수를 제공한다. 이런 관습이 아메리카노라는 낮은 농도의 대용량 커피로 확산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표 커피 품목으로 굳어진만큼 미국인의 취향을 지칭하는 이탈리아 표현 '아메리카노' 대신에 '코리아노'라는 이름으로 부르는게 어떨지.

서울 남산 서울 유스호스텔 1층 카페에서는 실제로 '코리아노'라는 이름으로 아메리카노 커피를 판매하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한국인들이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미국인, 미국인"하며 외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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