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교음식학 - 음식과 욕망'

불교에서 육식은 언제부터 금지됐을까

신간 '불교음식학 - 음식과 욕망'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고기는 불교에서 수행자에게 금지한 대표적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초기불교 시대부터 육식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이 시대 팔리어 문헌 곳곳에는 수행자가 육식했다는 내용이 다수 발견된다.

다만 초기불교 당시에도 사람,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 등 10가지 동물은 식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이것도 욕망의 제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령, 코끼리와 말은 당시 인도 사회에서 왕권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 먹는 것이 금지됐고, 개는 혐오스럽고 청정하지 않은 동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금지됐다.

'불교음식학-음식과 욕망'(공만식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은 불교의 음식문화에 담긴 종교적·철학적 의미와 맥락을 고찰한 책이다.

인도와 영국의 대학에서 불교학과 음식학을 전공한 저자는 초기불교의 팔리어 문헌과 대승불교 문헌을 두루 살펴보면서 불교가 바라보는 음식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음식을 대하는 자세, 그 변화 등을 살펴본다.

식육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대승불교에 와서 이뤄진다. 대승불교 경전인 '열반경'은 어떤 종류의 고기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육식을 엄격하게 금하는 대승 경전들은 그 이유로 육식이 보살의 자비로운 본성을 파괴한다는 점을 든다. '능가경'은 육식의 폐해를 열거하면서 육식과 성욕을 연관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에 관한 불교의 관점은 어땠을까?

육식을 엄격하게 금지한 '열반경'은 이를 유제품에까지 확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저술된 대승 경전 중 하나인 '능엄경'은 유제품 역시 금지했다.

능엄경 주석서인 '능엄경지장소'는 비록 죽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우유를 짜는 것은 소에게 신체적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자비를 가진 사람이 송아지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제품에 관한 이런 시각차는 인도와 중국 간 문화적 차이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던 불교 계율들을 살펴보면서 탐욕이나 번뇌의 제거가 음식에 관한 계율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 종교 수행자에 대한 재가자들의 윤리적 기대치 등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464쪽. 2만7천원.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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