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가경신 충남도교육청 학교정책과장


작년 9월 학교정책과장으로 부임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대부분의 업무는 학교나 기관에서 경험했던 것들이어서 낯설지 않았지만, ‘충남형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그렇지 않았다. 전문서적과 연구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농산어촌이 많고 인구가 줄어드는 충남에 이보다 좋은 정책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물론 성공을 전제로 말이다.

양적 확장도 성공의 중요 지표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어른이 작동(working)’ 함으로써 공동체 정신이 복원되고 결국 함께 행복해 지는 것이다. ‘어른이 작동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손해 보는 일, 힘든 일을 나이가 많은 혹은 학력이나 지혜가 높은 사람들이 먼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성공은 ‘교육적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 마을의 어른들이 마을에 관한, 마을을 위한 일들을 마을 속에서 함께 행하는’데서 출발한다. 마을이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마을길을 어슬렁거리던 추억으로 세계무대에 통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내고, 마을 어른들에게 딱밤 맞아가며 배운 정신으로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물론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판타지일 수 있다. 그러나 충남의 몇몇 지역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판타지를 실화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학교 담장 안에서만 지내기에는 너무 활동적이고, 똑똑하고, 희망은 원대하다. 학교는 꿈이 시작되는 곳이지 꿈이 완성되는 곳이 아니다. 이들의 꿈이 커갈 수 있도록 충남교육청은 온 마을 어른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남교육은 온 마을이 함께하는 인성교육과 참학력 신장이이라는 양 날개로 비상하려 한다.

내일 모레면 첫 손주가 백일이다. 나는 내 손주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행복은 우리 가족의 힘만으로 지켜지기는 어렵다. 내 손주는 등굣길을 지나 학교도 갈 것이고, 친구들과 PC방도, 학교 앞 문방구도, 공원도, 산도, 들도, 마트 앞 길도 돌아다닐 것이다.우리 손주가 살아가는 마을의 모든 곳이, 만나는 모든 어른들이 안전하고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 손주가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보고, 좋은 것 배우며, 좋은 일하며 행복하게 살 것 아닌가? 그래서 온 마을은 학교다. 내 가족을 위한 이기적인 발로여도 좋다. 다만 그 이기심을 공적인 이해와 만나게 함으로써 이타성으로 확장하는 것일 뿐이다. 부디 내 가족을 위해서라도 온 마을이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희망의 크기로 결정 된다’는 고 김근태 의장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봄이다. 이 봄에 우리 아이들이 마을 어른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푸른 나무로 자라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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