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가 내일 열리는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시·도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만난 자리에서 지방의회 선거구획정안을 이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광역의원 정수 문제는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에 조속히 처리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6·13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광역 및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일이 바로 코앞(3월2일)이다. 진즉에 처리했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을 질질 끌어오다 이제야 마지못해 합의하는 듯한 정치권의 구태가 볼썽사납다. 오죽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비후보 등록할 때가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고, 게임의 룰이 없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겠는가.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광역의원 선거구와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정수를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국회는 법정시한(지난해 12월 12일)을 한참 넘기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다. 법정시한을 넘긴 건 이번만이 아니다. 2014년 6·4지방선거 때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기초의원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을 9일이나 연기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국회의 직무유기이자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광역의회 선거구가 획정돼야 연쇄적으로 기초의회 선구를 획정하지만 첫 단계부터 꽉 막히고 말았다. 가장 답답해하는 이들은 역시 지방의회 출마 예정자들이다.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선거준비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요즘 자치단체장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데 지방의회 출마 예정자들은 선거구조차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광역의회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광역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시행 등 처리해야 할 안건이 쌓여있다. 이제라도 여야는 정치력을 발휘해 선거구획정 지연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이 스스로 법을 위반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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