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특별기고]

지난 1월 28일 '2018 제60회 그레미 어워드'가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거행되었다. 그레미 어워드는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에서 주최하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영화의 아카데미상에 비견된다. USA투데이, 피플 등 현지 보도에 의하면 일부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 할시, 케샤, 켈리 클락슨 등이 들고 나온 하얀 장미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얀 장미는 역사적으로 희망, 평화, 동정심 그리고 저항을 상징한다.

앞서 하비 웨인스타인 성추문사건의 여파로 발생한 'Me Too캠페인(Me too·나도 그렇다)'의 영향으로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작가 등은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타임즈업(Time's up-이제 그만해!)'이라는 공공단체를 결성하였고, 음반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조직한 '보이시스 인 엔터테인먼트(Voices in Entertainment)'는 타임즈업 캠페인에 영감을 얻어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하얀 장미를 사용하여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이어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도 깜짝 등장하여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를 인용하며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참모의 행태를 폭로하여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30일 보도된 여검사 성추문사건으로 법조계 내 '미투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작년 10월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되어 체조 금메달리스트 맥케일라 마루니가 팀 닥터 래리 나사르 박사에게 13살 때부터 성추행을 당해온 사실을 고백하는 등 사회 전반으로 파장이 일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불행하게도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직장내 성추행, 성폭력 사건은 그 발생건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검찰청 집계 성폭력 범죄발생건수는 2014년 2만6919건, 2015년 5223건 2016년 7199건이며, 여성긴급전화 1366서울센터 성폭력상담건수는 2014년 1799건, 2015년 1827건 2016년 2178건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남성 피해자 수도 2014년 828건 2015년 1211건, 2016년 1066건으로 3년 사이 42.3%나 급증했다. 이 중에서도 21세 이상 성인 남성 피해자가 2014년 450건, 2015년 538건, 2016년 603건으로 2014년 대비 2016년은 27.2% 증가했다. 한편 통계상 성폭력 피해자의 5.1%는 남성이며, 남성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2차 피해를 입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성인남성 성폭력 피해지원 안내서'를 만들어 여가부 산하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1899-3075)에 배포하는 등 성폭력 예방을 위해 선도활동을 지속하였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왔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속성 중 문화적 욕구의 기본이다. 더불어 아름다움은 조화와 소통으로 예술과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인간존엄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하여 유지되어 왔다. 인간존중 사상은 14~15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절대군주의 강압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프랑스, 미국의 시민혁명에서 오늘날의 민주정치제도로 발달되면서 바이마르 헌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여성, 어린이, 근로자, 장애인, 난민 등 사회의 약자에 대한 인권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여성·남성으로 분류되는 인간의 성(性·sexuality)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얻게 되는 쾌락이라고 단순하게 정의내릴 수도 있으나, 마음 심(心)변에 날 생(生)자가 합쳐진 단어인 한자 성(性)은 무엇보다도 사물 혹은 사람의 본성이란 정의를 가지고 있다. 오래전 인간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 보다 아름답고 밝은 성(性)으로 다시 빛나기 위해 전 세계 인권바람이 대한민국에도 연착륙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기관부터 변화와 개혁을 약속했기에 우리미래의 자라나는 어린세대를 보며 남성과 여성을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하여 똑같은 참여 기회를 주고, 권리와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