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ㆍ'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출간

매력적인 캐릭터 '시라이시 가오루' 미스터리 2편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ㆍ'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가 돋보이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가 출간됐다.

대기업 상사를 다니는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시리즈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와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위즈덤하우스).

데뷔작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로 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을 받은 작가는 이후 필명을 소설 주인공의 이름인 '시라이시 가오루'로 바꿨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돋보이는 점은 여느 미스터리 소설처럼 촘촘한 서사나 트릭, 놀라운 반전이 있는 추리 구조가 아니다. 주인공 캐릭터 그 자체에 가장 큰 힘이 있다.

'상사맨'인 주인공 시라이시는 20대 중반의 3년차 신입사원으로, 겉으로만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풋내기 회사원이다. 명문대를 나왔고 두뇌가 비상하긴 하지만, 시골 출신에 소를 키우며 낙농업을 하는 부모를 둔 흙수저라고 할 수 있다. 고전 미스터리 소설에서 나올 법한 정의감이나 투철한 사회의식도 없다.

이런 주인공의 가장 특별한 점은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모든 욕망을 초연해 있으며,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조차 뚜렷하게 지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그저 세상과 사람들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그가 냉혈한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고향에서 부모와 함께 소를 키우며 자란 그는 생명을 지닌 존재들에 소박한 애정을 품고 있다. 자신이 한 번 정을 준 상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한 목숨쯤은 기꺼이 내놓기도 한다.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에서 그는 우연히 마주친 오갈 곳 없는 여성을 자신의 집에 들이고 보호해준다. 그리고 그녀를 죽인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엽기적인 방법까지 동원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사건의 진상을 빨리 알고 싶어서라기보다 주인공 화자가 읊조리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점점 알아가는 데 재미를 느끼게 된다.

작가는 또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 '요쓰비시 상사'를 주요 무대로 등장시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거래와 전략을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비정함을 드러낸다. 그 와중에 시라이시가 독특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넘기는 모습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미생'의 일본 미스터리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자연재해인 지진이 강타하고 간 뒤 도쿄 도심에서 벌어지는 폭동과 혼돈의 아수라장을 그려낸 부분도 눈길을 끈다.

두 번째 소설인 '모두가 나에게…'는 시라이시가 "탐정이 더 어울린다"는 주변의 권유 속에 네 개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본격 미스터리 연작이다. 전작보다 한층 발랄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반경 3미터 일상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수식어처럼 이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과 해결 방식은 여느 다른 미스터리 소설들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소박한 편이지만, 이야기 전반에 현실 감각이 잘 반영돼 있어 읽기에 편하다.

각 권 316/352쪽. 1만3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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