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미·김진화 작가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출간

"엄마가 불곰이라고?" 따스한 공감과 위로의 그림책

허은미·김진화 작가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세파에 시달리며 불곰처럼 변해버린 엄마에게도 꽃 같은 시절이 있었을까.

허은미 작가가 글을 쓰고 김진화 작가가 그림을 그린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여유당)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이끄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우리 엄마는 별명이 불곰이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불곰처럼 빨개진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무서운 불곰의 얼굴과 역시 소리를 지르는 사나운 엄마의 얼굴이 이어진다. "목소리는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아침마다 집안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학교에 간 아이는 동시 짓기를 하는데, 제목은 '우리 가족'이다.

"아빠는 좋다. 재밌는 얘기를 잘해줘서 좋다. 동생은 좋다. 가끔 맛있는 걸 나눠줘서 좋다. 순덕이(고양이)는 좋다. 까끌까끌한 혀로 나를 핥아줘서 좋다. 그런데 엄마는 왜 좋은지 모르겠다."

"준이는 자기 엄마가 머리가 길어서 좋단다. 유경이는 자기 엄마가 집에 있어서 좋단다. 지수는 자기 엄마가 고슴도치를 기르게 해 줘서 좋단다. 하지만 나는… 정말 모르겠다."

아이는 집에 와서 아빠에게 물어본다. 엄마가 왜 좋으냐고.

아빠는 예전에 자신이 배낭여행을 하다가 숲에서 길을 잃었는데, 난데없이 불곰 한 마리가 튀어나와 아빠를 안고 달려 구해줬으며 그 불곰이 바로 네 엄마라고 얘기한다.

아빠의 이런 장난 같은 거짓말에 아이는 큰 혼란에 빠진다.

그러다 아이는 외할머니댁에 가는데, 할머니가 꺼내준 사진첩에서 귀여운 아기 사진을 본다. 할머니는 그 아기가 엄마라고 말한다. 엄마의 소녀 시절과 청년 시절 아주 예뻤던 사진도 있다.


"와, 엄마도 이렇게 예쁠 때가 있었어요?"

"네 엄마, 지금은 저래도 젊었을 땐 얼마나 고왔는지 몰라. 웃기도 잘 웃고…. 새끼들 데리고 먹고 산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아이는 그제야 엄마가 매일 견뎌야 하는 힘든 하루를 상상한다. 고된 노동의 끝에 불곰처럼 변해버리는 엄마를.

엄마는 여전히 불곰처럼 사납지만, 아이는 학교에서 동시를 다시 쓴다.

"엄마는 좋다. 아빠를 구해주고 나를 낳아줘서 좋다. 참 좋다."

웃음이 나오는 아빠의 거짓말과 아이의 순수한 생각을 담은 진정성 있는 이야기, 상상력을 자극하는 친근한 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아이들의 이해와 공감 능력, 세상과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인식을 키우게 하는 그림책이다. 엄마들에게는 코끝 찡하게 할 만큼 따뜻한 위로가 될 듯하다. 작가들이 무려 4년 동안 공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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