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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첫 사용은 16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자의(自意)'가 아닌 '자연현상(自然現象)'에서 시작됐다. 화산 폭발이나 번개에서 불이 '생겼다'. 원시인들은 처음엔 이 낯선 존재가 무서웠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러다 따뜻함을 알았다. 또 익힌 맛을 알았다. 그 덕분에 덜 아팠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나무, 돌 마찰을 이용해 불을 일으켰다. 금속도 만들었다. 불은 단연코 가장 위대한 발견임을 인정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했다. 문명세계에 노크도 했다.

☞내게 불은 공포였다. 어린 시절 살던 주택에 불이 났다. 사람은 없었지만 많은 것이 탔다. 옥상에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이었다. 작은 존재가 큰 불길을 불렀다. 내 두려움엔 충격적인 사건도 한몫했다. 1999년에 일어난 '씨랜드 화재'다. 경기도 화성 한 수련 시설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유치원생 19명 등 총 23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모기향 아니면 누전으로 추정됐다. 콘크리트 위 여러 컨테이너를 얹은 구조라 피해가 컸다. 어린 생명들의 죽음에 사회 전체가 슬퍼했다. 당대 최고 가수였던 HOT는 '아이야'라는 추모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 한 달 간 눈물 마를 틈이 없다. 제천 화재 참사, 종로 여관 참사, 밀양 세종병원 참사… 하나만 해도 버거운 아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안타까운 목숨을 너무 많이 잃었다. 누군가는 부모를, 자식을, 또 배우자를 보냈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가족을 보냈다. 예고 없는 이별에 가슴이 미어진다. 떠난 이, 남은 이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장례식장 마저 모자란 뼈아픈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화재의 원인은 '부주의'가 가장 많다. 시설 미비, 매뉴얼 구멍도 결국 '부주의'다. 안전의식의 부재에서 파생된다. 연이은 참사에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여전한 현실에서 알 수 있다. 소방시설 앞의 차들, 소방차 갈 틈 없는 골목.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교훈에서 미래를 바꿔야 한다. 내가 달라져야 세상도 달라진다. 내 집부터 살펴야 한다. 모든 '화마(火魔)'는 '설마'에서 온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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