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달… 직원 시각 엇갈려
취미·육아시간 등 늘어 환호
쉴틈없고 저임금노동자 고충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하던 '9 to 5'(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로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직원들의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았다며 반기는 이들이 많지만, 업무 강도가 너무 세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9 to 5' 직원들 "육아·운동시간 늘어…점심은 구내식당서"

과거에는 매장 영업이 늦게 끝나는 유통업의 특성상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던 신세계 직원들은 이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한다.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요즘에는 신세계 직원들이 일반 대기업 직장인들보다 더 일찍 퇴근한다.

이마트의 한 팀장은 "장시간 회의와 보고 등 불필요한 업무들이 없어지면서 직원들의 만족감이 높아졌다"며 "기존에는 매장 마감 업무를 하는 날 귀가하면 새벽 1시가 넘었지만 지금은 퇴근 시간이 빨라져 피로가 덜하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운동이나 자기계발, 취미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일하는 김 모 씨는 "오후 5시에 퇴근하게 되면서 전에는 집 근처 헬스장에 일주일에 1∼2회밖에 못 갔는데 올해는 거의 매일 이용하게 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내 회식이 있는 날에는 이른 저녁을 먹고 2차까지 가도 오후 9시면 끝난다"며 "다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 저녁 약속이 있으면 1∼2시간 운동을 하면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 본사 직원들의 신세계 피트니스클럽 이용률은 1월 들어 전월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꼽는 최대 장점 중 하나는 가족들과 보내는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 홍 모 과장은 "육아 휴직 중인 아내 혼자서 5개월 된 딸을 돌봤는데 이제 저녁 6시부터 육아를 도울 수 있어 나보다 부인이 더 근로시간 단축을 반긴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시간에는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됐다.

한 직원은 "여유 있게 커피 마시고 편하게 담배 피울 시간이 없어졌다"며 "퇴근을 일찍 하게 됐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숨돌릴 틈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 동안에는 흡연실을 폐쇄하는 등 업무에 집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9 to 5' 업무가 시작되면서 이마트 본사 직원식당의 이용은 크게 늘었고, 본사 내 휴게실 카페 이용객 숫자는 줄었다.

◇ 생산성 향상 시각차…저임금 근로자 "더 일하고 더 받고 싶다"

'저녁이 있는 삶'에는 다수가 동의하지만 모든 직원이 근로시간 단축에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시간 단축은 필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동반해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기도 한다.

한 이마트의 매장 직원은 "현장에서는 같은 일을 짧은 시간에 마쳐야 하니 거의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좋은 말이지만 충분한 인력 충원 없이 시간만 줄어들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저임금 노동자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들은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하고 조금이라도 더 벌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마트에는 현재 3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노조끼리도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의견이 다르다.

이마트의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 측은 "근무시간이 1시간씩 줄었는데 임금은 줄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며 "시행 초기여서 일부 문제점과 미래 임금 우려 등이 있지만 회사 측과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트노동조합은 주 35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캐셔(계산원) 등의 휴게시간이 줄어들어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이 제도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인력 충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무의미하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퇴직금과 수당이 줄어드는 등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했음에도 소득은 기존보다 더 증가하고 캐셔들의 휴게시간도 1시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캐셔들의 계산대 근무시간은 6시간으로 업계에서 가장 짧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캐셔와 진열사원 등 전문직 사원들의 35시간 기준 월 소득은 158만2천원으로 지난해 40시간 기준 월 소득 145만원, 올해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157만3천원보다 높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계산대 근무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1시간의 휴게시간과 별도인 대기시간 일부가 감소한 것이라고 이마트는 덧붙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 35시간 근무로 노동강도가 높아질 텐데 과도기를 잘 넘기고 서로 '윈윈'할 길을 찾아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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