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3 할머니와 남겨진 세명의 손자들 - 4편(끝)
베트남서 뇌출혈·폐렴 ‘투병’ 밀린 병원비에 할머니 애간장 삼형제의 꿈은 다같이 사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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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할머니가 학교 가는 손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그래도 아직은 아버지가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할머니가 걱정할까봐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버지가 오기로 했던 날짜는 이미 한참이나 지났다. 아버지는 베트남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재는 의식만 겨우 돌아온 상태라고 현지 대사관에서 전해왔다. 아버지는 당초 이달 초에 한국에 들어와 치료하기로 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폐렴까지 걸리면서 삼형제는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상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이제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지 할머니는 그것이 걱정이다. 할머니가 대사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밀려있는 병원비를 빨리 계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병원비 일부는 대출로 메꿨지만 남은 비용과 앞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할머니는 앞날이 깜깜하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아직 회복하지도 못한 아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까지 전해온 상태다.

할머니는 밀린 병원비를 계산할 형편이 안돼 아직 병원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위태로운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가정의 소원은 단순히 아버지를 데려와 함께 사는 것이다.

할머니 김모 씨는 “돈이 없어 멀리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이 신세가 정말이지 한탄스럽다. 아들의 얼굴도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리도 너무 듣고 싶다.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내 평생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막내 준명(16·가명)이는 “가뜩이나 할머니가 우리들때문에 신경 많이 쓰는 거를 알아서 아버지 얘기는 잘 묻지 않는다”면서도 “당연히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다. 돈이 많이 없더라도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만으로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삼형제는 이 집의 대들보다. 둘째와 막내는 레슬링 국가대표가 돼 할머니에 보답하는 것이 어느새 자신들 인생의 목표가 됐다. 할머니는 손자들이 국가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그저 건강하고 평범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바랄게 없다고 했다.

둘째 손자 준수(17)는 “언젠가는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우리 삼형제가 다같이 모여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때 내가 보탬이 될 수 있게 운동을 열심히해 국가대표가 될 것이다. 할머니가 아무런 걱정없이 웃는 날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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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째 사연은 2월 2일자 1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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