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맞으려면 우선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고 허름하고 낡은 부분은 말끔하게 수리를 한다. 손님 취향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특히 가족 구성원에게 손님 방문 사실을 알리며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없이 여느 때처럼 방만한 상태에서 손님을 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흉허물 없는 사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도 최소한의 준비와 마음가짐은 갖추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차원의 '…방문의 해'가 한동안 앞다퉈 진행된 적이 있었다. 관광객을 더 많이 모아 지역 경제를 증진하고 홍보를 겸한다는 취지로 조성된 이런 이벤트는 대체로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나곤 했던 기억이 있다. 2010년 열린 '대전충청방문의 해'도 당초 거창하게 펼쳤던 의도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모르겠다. 구태여 큰 예산을 들여 관광자원과 시설을 개보수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깔끔하게 정비하고 구성원들에게 충청의 수려한 풍광과 후덕한 인심만 보여 줬어도 족했을 것이다. '관광특구' 역시 당초 기대나 의도와는 달리 유명무실하게 방치되는 모양새다. 특히 유성관광특구의 경우 천혜의 온천수질과 사통팔달 접근성이라는 입지에도 불구하고 유흥가로 연명하는 현실이 딱하다. 특급호텔 하나가 지난 연말 폐업한 사실이 지금 유성관광특구의 현실을 웅변한다. 온천수를 활용하여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심신이완의 탕치(湯治)개념으로 온천과 휴양, 소비유도 등 부가 가치 높은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하면 좋으련만 오늘도 경제 효과가 미미한 단순한 온천욕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성온천을 홍보하는 광고가 대전 지하철에 부착되었는데<사진> 그 위치가 하필 객차 바닥이어서 오가는 발길에 밟혀 불결한 느낌을 주고 있다. 목욕, 청결, 위생 같은 개념이 연상되는 온천 홍보를 왜 열차 바닥에 깔았을까. 몸을 씻으러 유성으로 가는 사람들이 뭇 발걸음에 깔려 오염되는 온천 이미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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