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온새미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김새 그대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이다. "어제 술안주로 통닭 한 마리를 온새미로 가져와 찢어 먹기가 힘들었다." 명사 '온새미(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간 그대로의 상태)와 ‘로’가 붙어 부사어가 된 순 우리말이다. 발음과 글자 생김새를 얼핏 보면 다른 나라 언어 같기도 하다. 요즘 병원, 기업 등 곳곳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순 우리말이 또 있다. '안다미로'다.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이다. "안다미로 담은 접시를 보니 벌써부터 배가 부르다." '안'은 '안쪽', '로'는 명사를 부사로 만드는 조사다. 문제는 '다미'다. 어떤 물건을 그릇 따위에 넣는 것을 '담다'라 한다. '안다미로'가 그릇에 많이 담는 것을 의미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미'는 '담다'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담다'는 '담아, 담으니'로 활용된다. 여기서 '담아'를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다마’다.

‘안’과 ‘다마’ 그리고 ‘로’ 가 합쳐지면서 발음 편의상 ‘다마’가 ‘다미’로 변형된 것이 아닐까. 한자어 안담(按擔:남의 책임을 맡아 자신이 진다)에서 파생됐다는 주장도 있다. ‘안담’은 ‘안다미 쓰다’라는 동사가 있고, 비슷한 말이 ‘다미 또는 안다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책임을 지는 행위’와 ‘음식을 담는 것’은 거리가 멀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안담’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순 우리말이 아니다.

이밖에도 듣기도 보기도 좋은 글자로 된 순 우리말이 참으로 많다.

가온누리(어떠한 일이 있어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 라는 뜻으로 가운데라는 뜻의 '가온'과 세상을 뜻 하는 '누리'의 합성어),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가시버시(아내와 남편), 비나리(남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함) 등 이런 순 우리말에도 한자어로 된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실정이 아쉽다. 그저 시인이나 소설가 등 문학가들의 입이나 국어사전 구석에만 머물고 일반인들에겐 남의 나라 말처럼 들리는 것은 왜 그런가? 국어학자들은 무엇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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