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긴급조치 자체가 위헌”

법원이 대통령 긴급조치 9호(이하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40여년 전 옥살이를 했던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무죄를 선고받은 3명은 모두 다른 사건으로 기소됐다. 먼저 A 씨는 1975년 대전교도소 인쇄공장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A 씨는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들다. 이는 정부가 전부 착취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만두고 새 영도자가 나와야 국민이 살기 나을 것” 등이라고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다. 또 B 씨는 같은 해 노인회관 인근에서 “이북 청년들을 동원해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했다” 등 발언을 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C 씨도 1978년 서울 동대문구 주거지에서 ‘유신헌법으로 반공교육에 차질 있다’는 서신을 청와대에 보냈다가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긴급조치는 1975년 5월 13일 민주화운동이 거세지며 유신헌법 철폐와 정권퇴진을 요구하자 이를 탄압하기 위해 선포됐다. 특히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사실왜곡·전파행위 등은 물론 집회·시위나 신문·방송·통신에 의해 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선포 행위 등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법적 심사 없이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도 체포가 가능했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들 3명의 사건에 대해 재심청구를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긴급조치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만큼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