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9세 비경제활동 ‘30만명’
구직없이 아르바이트로 전전
부모로부터 독립도 하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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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1 A(54·여) 씨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A 씨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지 꽤 지났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지 취업난 속에 직장을 못 구하는 것인가 했지만 해가 지나도 아르바이트만 할 뿐 구직활동은 전혀 생각치 않고 있다. 흔히 표현하는 ‘캥거루족’, ‘니트’(NEET)족인 상황이다.

#2 3년 전 대학교를 졸업한 B 씨(29)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졸업 당시엔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영어공부와 각종 자격증 취득에 집중했다. 하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떨어졌고 구직 의지가 사라졌고, 학원비 마련과 용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어느덧 생활이 됐다. 올해부터 최저시급도 올라 구직활동은 뒤로한 채 아르바이트 외의 시간에는 여가 활동을 즐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쉬는’ 청년(15~29세)이 지난해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바늘구멍 뚫기’와 같은 취업난 속에서, 본인의 상황에 맞지 않는 좋은 조건의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는 지역에선 직장의 선택 폭과 조건이 중앙보다 열악해 구직활동에서 발생하는 좌절감이 취업준비조차 단념하게 만들고 있다.

최상현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청년층은 과거보다 보수적인 성격을 띠며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며 “구직 활동을 해도 본인이 원하는 ‘좋은’, ‘편안한’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좌절감을 느끼고 결국 취업을 단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저시급 인상 등의 상황에서 직장을 구하기보다 아르바이트 등에 경제활동을 의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쉬었음'으로 분류된 15∼29세는 30만 1000명이다. 이는 2016년 27만 3000명보다 2만 8000명 늘어난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이들로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거나 혹은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 공급에 기여할 수 없는 이들을 지칭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육아 △가사 △연로 △심신장애 △쉬었음 △취업준비 △재학 및 수강 △진학준비 등의 활동상태로 분류된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는 경제활동(취업 등)을 위한 준비단계인 진학준비, 교육기관 통학 등의 활동상태도 있지만 ‘쉬었음’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쉬었음'에 해당하는 모든 청년이 구직활동을 포기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다만 이에 해당하는 일부 청년들은 구직을 위한 준비 및 교육활동 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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