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시선]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밀러스빌 대학 캠퍼스의 한 까페는 사장도 재학생, 매니저와 바리스타, 캐셔 모두 재학생이다. 손님들은 선배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동기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고 수업을 들으러 간다. 이곳은 미국의 커피회사 색스비(Saxbys)의 밀러스빌 대학 매장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 27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 절반이 대학 캠퍼스에 있다. 본사 개입 없이 재학생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는데 재학생들이 직접 사장, 매니저가 돼서 가게를 경영한다. 2016년 1개 매장당 매출은 평균 100~150만 달러(약 11억~ 1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회사 전체 매출은 3000만 달러(327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래 이 커피회사는 한번 망했던 회사, 2005년 창업했지만 2009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창업자 닉 베이어는 “커피 체인이 유행이라고 비전 없이 덜컥 창업한 것이 화근이었다. 커피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카페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얼마나 바보 같은가. 물건 팔 듯 커피 팔면 되겠다고 생각한 오만함이 부른 실패였다”고 말했다. 그러다 한 투자회사에 인수된 뒤 창업자 닉 베이어는 사업방향을 새로 짰다. 그가 세운 비전을 고객과 함께 크는 회사가 되자는 것, 흔한 말 같지만 여기서 함께 큰다는 것은 실제로 고객과 나이를 같이 먹으면서 더 끈끈한 관계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대학생들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학시절부터 색스비의 커피를 좋아 한다면 사회 진출해서도 색스비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2015년부터 매출의 일부를 학교에 주는 방식으로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매장을 열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2018년부터는 뉴욕과 실리콘밸리 등에 점포를 낼 계획이다. 특히 대학생들이 색스비에 대해 친밀감을 가질수 있도록 캠퍼스의 커피가게 운영은 선후배 재학생들에게 모두 맡겼다. 이런식으로 말이다.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학생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받아 심사, 운영기간에는 휴학해야 한다. △가게 CEO와 수석 매니저로 선정된 대학생들은 10주간 경영, 마케팅, 회계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받는다. △이제 이들이 학교로 돌아가 같이 가게를 운영할 30여명팀을 모집한다.

이렇게 해서 CEO부터 바리스타까지 팀이 짜여 지면 실제 운영에 들어가는데 본사 직원은 일주일에 세 번 매장을 방문해 간단한 점검만 한다.

재학생들은 어려운 점이 있으면 본사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성과에 대한 책임은 재학생이 져야 한다.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추가 보너스를 받게 된다. 학생들에겐 사회진출 전에 자기 사업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색스비는 기존 커피체인과 다르게 대학생 인프라를 활용해 바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간 10년 후를 떠올려 보자. 그들은 스타벅스를 지나쳐 대학때부터 다니던 색스비로 들어설지 모른다.

닉 베이어, 색스비 CEO 포브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에겐 쉽게 잊을수 없는게 있다. 학창시절 먹은 커피와 토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들이 사무실에도 색스비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신뢰를 쌓아 함께 커가는 것, 그래서 대형 커피브랜드에 밀리지 않는 가치를 얻는 것이 우리의 최종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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