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오 옥천 청산중학교 교사
[화요글밭]


정말 시작이 반이었다. 많은 우려와 시행착오 속에서 충북행복교육지구가 달려온 지난 일 년, 의미 있는 결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관·학이 모여 지역과 교육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충북행복교육지구를 통해 지역마다 행복교육위원회와 지원단 추진단 등이 만들어졌다.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음성교육문화협동조합, 미원교육공동체, 생거진천교육발전공동체, 증평마을교사협회, 충주교육넷 꿈꾸는숲 등 민간 주도의 지역교육모임도 자발적으로 꾸려졌다. 제천행복교육지구 교육공동체와 행복교육괴산어울림은 이 사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지역의 각종 교육자원이 발굴되고 학교에 연계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를 매개로 학교와 지역이 자주 만나면서 서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역의 많은 체험처가 발굴되고, 마을체험프로그램과 마을교사가 양성돼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실로 학교 교육활동이 보다 다채롭고 알차지고 있다. 옥천의 마을여행과 마을아카데미, 괴산의 권역별 교육 활동, 보은의 교사주도 교육활동, 증평의 마을교육과정, 음성의 교육협동조합과 마을 교사, 제천의 마을학교 성과는 눈여겨 볼만하다.

앞으로 학교와 지역이 서로 연계하고 협력할 분야는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무너지지 않을 공든 탑을 쌓기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수평적 파트너십과 거버넌스를 사업의 토대로 다져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민·관·학 협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각종 회의와 위원회들이 요식행위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수평적 리더십을 가진 사업 주체를 세우고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책상에 앉아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지역을 중심에 놓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읍으로 면으로 찾아가고 단위 학교와 아이들을 찾아가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아이들이 직접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프로그램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그들만의 활동 공간을 학교와 마을에 만들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 사이 그리고 마을과 학교 사이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센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교육청마다 행복교육지원센터가 마련돼 있으나 조직 체계상이나 인적구성으로 볼 때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지지체 조례 등을 활용해 행정과 떨어진 지역의 독립적 중간지원조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18년 올해에는 충북의 모든 지자체가 빠짐없이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동참한다. 굉장히 빠른 확산으로 이 사업에 대한 지역의 열망에 얼마나 높은가를 반증한다. 앞으로 나무로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인내와 도움이 필요하다. 마을과 학교, 그리고 아이들은 지역 성장의 생장점이며, 여기에 지역의 미래가 담겨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