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무용단 ‘임신제한 내규’ 논란
결혼·임신 제한 동의서 서명
규정 위반 퇴사 사례도 있어
저출산시대 ‘반인권적’ 조항
시 “직업적 특성 이해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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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립무용단이 내부적으로 규정해 놓은 내규(사진 왼쪽)와 청주시립무용단 연습실 입구.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청주시립무용단이 단원들의 결혼·임신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저출산 시대에 반인권적인 이 규정은 타 지자체 산하 무용단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충청투데이 취재결과 청주시립무용단(이하 시립무용단)은 ‘조직 내 규정(내규) 및 방침’으로 외부출연과 결혼·임신을 제한하는 내용의 동의서에 단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외부출연에 관해 정기공연은 전(前) 15일, 후(後) 10일로 정했으며 기획공연은 전(前) 10일, 후(後) 7일로 기준을 두고 있다. 결혼·임신에 관해선 결혼은 입단 후 1년 이상부터 가능하며 임신은 입단 후 3년 이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둘째 출산의 경우에는 첫 출산 후 3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단원들은 이 외부출연·결혼·임신 규정을 지키지 못할 시 자진 퇴사해야 한다. 실제, 몇 해 전 한 단원이 둘째 출산 규정(3년)을 지키지 못해 조직 분위기에 밀려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단원의 경우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아이를 시도해 성공한 뒤 원치않게 둘째 아이를 임신해 퇴사한 사례도 있다.

이 규정은 남성 단원들보다 여성단원들에만 해당돼 성차별적 노동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호할 책임이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기본권’과 노동영역에서의 ‘여성차별 금지’에 어긋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 규약인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도 위배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문제는 무용단 단원들도 관례처럼 이어오고 있는 이 내규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무용단 관계자는 “무용단은 자신들의 몸을 쓰는 특수성을 지닌 직업군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규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이 규정을 두고 반대하는 단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임신·출산 제한 내규는 다른 지자체 산하 무용단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무의미해진 곳도 있지만 임신 자체를 금기시 하는 곳도 있다. 시립무용단은 그나마 완화된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단원들을 관리해야 할 시가 이 내규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구 늘리기를 최우선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가 정작 자신들이 운영하는 무용단의 불합리한 내부규정에 대해선 알면서도 아무런 대안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내부규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원들 스스로가 정한 규율이기 때문에 시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무용단원들의 직업적 특성을 이해해 줘야 할 듯 하다”고 해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추세에 정면으로 반하는 제도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효윤 충북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몸으로 공연을 해야하는 직업적 특성은 이해하지만 여성으로의 인권과 건강권을 규정화 한다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저출산시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정책에 반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청주시도 심각하게 개선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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