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3월 11일까지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
1970년대 지역미술 전환점… 현대적 변모 이끈 4개그룹 전시
평면·입체·설치미술·퍼포먼스 작업… 현장재현 등 통해 선봬

▲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작품은 이두한 ‘APPLE’(1983년작·재현).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대전지역 현대미술의 태동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대전미술아카이브전인 이번 전시 주제는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으로 3월 11일까지 미술관 1~4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대전현대미술의 전개와 발전을 주도했던 ‘19751225’, ‘르뽀동인회’, ‘대전78세대’, ‘금강현대미술제’ 4개 그룹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그룹의 미술운동은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한 1970년대 대전지역미술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평면, 입체, 설치미술, 퍼포먼스를 포괄하는 이들의 다양한 작업을 리플렛, 사진, 활동자료, 인터뷰, 현장 재현을 통해 입체적으로 선보임으로써 당시 미술을 이해할 수 있다. 충청투데이는 이번 전시를 기념하며 대전지역 현대미술사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 대전 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 포스터.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대전지역 현대미술, 경부선 철도 건설 계기

대전은 경부선 철도의 건설을 계기로 도시형성과 발전이 이뤄진 곳으로 도시의 팽창과 함께 학교가 늘어나고 미술교사들이 유입되면서 미술사가 시작된다. 물론 광복 전후로도 미술활동은 있었지만 그 기록은 그다지 많지 않다. 1970년에 이르러서야 급속하게 이뤄지는 경제 성장과 함께 대전미술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전후 1세대를 스승으로 해 육성된 2세대는 서울의 미술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다시 대전에 정착하게 되고 신진작가들과 함께 종전과 다른 활동을 펼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특히 1971년 출범한 ‘충청남도미술대전’은 신인등용문으로 많은 미술작가들을 배출해 대전미술의 지평을 넓혀 나갔다. 이후 1973년 목원대와 숭전대(현 한남대)에 미술과가 신설됨에 따라 자체적으로 미술 인구를 교육하게 됐고 그 결과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지속됐던 대전미술이 자생력을 갖추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 대전시립미술관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에 전시된 신동국의 ‘벽돌재배’(1979~1982·재현).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4개 그룹, 대전현대미술의 전개와 발전 주도


이번 대전미술아카이브전시는 대전미술이 현대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점에 있던 미술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4개 그룹은 자생력을 갖기 시작한 대전미술에 급진적 양상의 미술운동을 전개하며 현대적 면모를 갖추는 전환점이 된다. 이들은 대전지역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오브제 사용 △설치미술 △해프닝과 이벤트 △퍼포먼스 △영상 그리고 실험성 짙은 야외 현장 미술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들은 전통적인 미술방식에 저항하며 시대정신에 입각한 물음을 던지고, 사유와 당위성을 행위로 표현하는 미술작업을 통해 대전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나간다.

당시 시민들이 보내는 이들 작업에 대한 당혹감과 무관심, 냉대에도 불구하고 이 그룹들은 시대변화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미술활동을 전개해 간다. 1960~1970년대 실험미술 혹은 탈평면미술의 등장은 한국 모더니즘의 새로운 전개에도 주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개인적, 집단적, 혹은 지역적인 발생에 따라 이들 미술은 개별의 논리와 독자성을 갖추고 진행됐다.

대전에서 발생된 4개의 그룹이 독자성을 띈 세대의 발언과 실천이라는 점에서 이 전시는 시작된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한국미술사의 커다란 범주에서 종으로 횡으로 엮어 대전미술사를 기술할 시점에 와있다”며 “‘기록이 사라진 역사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자료를 소중하게 기록하고 전시함으로써 시대의 기록과 정신을 기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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