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슬기로운 감빵생활' 11.2% 종영

100분이 짧았던 만담 릴레이…다채로운 캐릭터 향연으로 인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매회 100분이 짧게 느껴졌던 만담 릴레이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감옥을 배경으로 온갖 '도둑놈'들을 내세운 호기는 좋았지만 과연 얼마나 시장성이 있을까 했던 이야기가 지상파도 어려운 시청률 10%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18일 시청률 11.2%로 막을 내렸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자, 지상파를 제친 기록이다.

일단 멍석을 깔아놓으면 끝도 없이 이야기를 빚어내는 '신원호 사단'은 이번에도 16부 내내 90~100분짜리 드라마를 선보이며 화수분같은 입담을 과시했다. 철창 안 한정된 공간의 제약은 각 캐릭터의 역사를 통해 가뿐히 해결하고, 범죄의 무게와 악당들의 횡포는 재치있는 반전들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넘어섰다.

사회의 부조리와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사를 블랙코미디로 실어나른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 확대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게 됐다.


◇ 회당 100분 드라마…지상파 수목극 제쳐

회당 60분짜리 드라마를 한주에 두편씩 만들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도 매회 100분에 육박하는 이야기를 선보였다.

지상파는 "자본으로 밀어붙인 대기업의 횡포"라며 일제히 비난했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꿋꿋하게 16부 내내 긴 이야기를 선보였고 밤 10시 지상파 수목극과 '맞짱'을 떴다. 지상파 수목극보다 50분 먼저 시작해 시청자를 선점하고, 100분 편성해 시청자의 이탈을 막은 편성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결국 지상파를 제치고 수목극 왕좌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매회 100분을 꽉 채운 단단한 이야기 덕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13회에 10%를 넘어서더니 16회까지 4회 연속 10%를 밟았다. 18일 밤 10시대 경쟁한 드라마는 KBS 2TV '흑기사' 8.3%, SBS TV '리턴' 7.8%-9.0%, MBC TV '로봇이 아니야' 2.5%-3.2%로 모두 10% 아래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처럼 긴 이야기로 인해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다른 드라마보다 촬영을 일찍 시작했음에도 제작 지연으로 인해 지난 연말 한주 결방을 피할 수 없었다.

◇ 탁월한 캐릭터 플레이…마이너 소재 메이저 무대로

캐릭터를 살리는 데 있어 탁월한 '신원호 사단'은 이번에도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캐릭터 놀이를 펼치며 시청자가 이야기에 쏙 빠지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교도소가 주는 태생적인 거부감은 초반에 날아갔고, 드라마는 입체적이고 정밀한 캐릭터의 향연으로 채워졌다.

'헤롱이' 이규형과 '문래동 카이스트' 박호산은 이 드라마가 발굴한 최고의 스타다. 그 둘을 중심으로 '유대위' 정해인과 '고박사' 정민성도 주목받았고, 교도관을 연기한 '기성 스타' 정웅인과 정경호는 이 드라마에 합류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줬다.

틈만 나면 익살을 떨다가도, 살 떨리는 위기의 순간을 곳곳에 지뢰처럼 설치해놓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작법은 16부 내내 유효했다. 살아 숨쉬는 풍성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화음이 그러한 이야기의 리듬과 기막히게 보조를 맞추면서 감옥 이야기라는 마이너 소재가 메이저 무대에서 춤을 추게 됐다. 5%면 대박일 줄 알았던 시청률이 10%를 넘어선 것이 이를 보여준다.

◇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한 드라마다. 교도소를 미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교도소에 들어간 살인자, 마약쟁이, 사기꾼, 도박꾼, 도둑놈, 조폭 등을 인간적으로 조명하며 측은지심을 유발한 것은 사실이다.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죄수들에게 적용해 각 캐릭터에게 이유와 변명과 해명의 시간을 주며 휴머니즘 스토리를 강화했다.

특히 새빨간 모함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들어온 군인, 여동생 강간 미수범을 쫓아가 때렸다가 폭행치사범이 된 야구 슈퍼스타, 대학생 딸의 윤간범들을 죽인 대기업 간부처럼 누가 봐도 억장이 무너지는 경우들을 내세워 감정이입을 이끌었다. 세상사 언제 어디서 돌멩이가 날아들지 알 수 없고, 어느 때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탁월한 이야기꾼들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결국 교도소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남겼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