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 관리사무소앞
6살 꼬마 천사 추모제 열려
부모와 추모객들 ‘울음바다’
“이러한 비극 다시는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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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사망한 6살 꼬마 천사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 18일 한 주민이 엄마가 쓴 편지를 읽자 추모식에 참여한 엄마들이 흐느끼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속보〉=18일 오후 4시경, 대전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설치된 흰 천막 앞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천막에는 ‘함께 추모해주세요’라는 글귀 아래 “아가야 아프지 말고 행복해라, 많은 사람들이 널 기억해” 등의 내용이 써진 편지들이 붙어있었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사망한 6살 꼬마 천사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 이날.

추운 날씨에도 아파트 단지는 이곳 주민들 그리고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의 발길로 오전부터 붐볐다. 급한 듯 걸음을 내달렸던 주민들도 추모 천막 앞에 서자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사고로 죽은 아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러 꼬마 아이들은 아파트 한쪽에 모여 천막에 붙일 편지를 쓰고 있었다.

부모는 평소 아이가 좋아했던 인형, 크레파스, 옷, 신발, 김밥 등을 상에 모아놓고 추모객을 맞았다.

천막 한쪽에 마련된 책상에는 추모객들이 가져다놓은 과자와 먹을 것들이 탑처럼 쌓여있었다.

추모객들은 아이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은 채 잠시동안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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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웃이라고 밝힌 한 주민(46·여)은 “너무나 화목했던 가족이기에 아이에게 하늘에서 잘 지내라는 말은 도저히 못하겠다. 그렇게도 좋아했던 엄마 아빠와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부부 소방관인 아이 부모와 같이 일했던 동료 최수문(34) 씨는 아내 그리고 아들의 손을 잡고 천막을 찾았다.

최 씨는 아들과 함께 아이를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는 “수천명을 살리고도 정작 자기 자식은 살리지 못했다는 것에 이들 부부가 느낄 자괴감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 같아 괴롭다”고 전했다.

학습지 선생님이었던 정유진(42) 씨는 평소 아이가 풀던 문제지를 들고 천막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정 씨는 아이 사고 바로 다음날 있을 학습지 수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정 씨는 “미소가 예쁜아이였다. 껌딱지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엄마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었다”고 애써 울음을 삼켰다.

추모제에서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엄마 대신 아랫동 주민이 대신 엄마가 쓴 편지를 읽었다.

엄마가 쓴 편지에는 “널 꼭 안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은데 못 지켜줘서 미안해. 같이 가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너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 우리 애기야. 엄마가 넌 지켜주지 못했지만 꼭 다른 친구들은 너처럼 아프게 보내지 않게 온 힘을 다할게”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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