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3 할머니와 남겨진 세명의 손자들 - 3편
메달딴 막내 플래카드도 몰래
그저 손자들 걱정과 미안함뿐
“나 죽으면 애들 셋 어찌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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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김모 씨가 손자들에게 잘 못해줘 늘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울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할머니는 늘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막내손자가 전국체전 레슬링에서 메달을 따자 손자가 다니는 체육중학교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었다. 할머니는 한동안 플래카드를 보려고 집과 손자의 학교를 수차례 오갔었다. 관절염이 심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할머니에게는 왕복으로 수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할머니는 그저 보기만 해도 좋았다고 했다.

할머니가 이렇게 학교에 왔었을 것이라고 손자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할머니는 늘 이 걸음을 비밀로 했다. 절룩이는 다리를 끌고 학교를 찾는 자신은 손자들에게 부끄러운 존재이지 않겠냐고 했다. 오로지 할머니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 명의 손자들에게 약하거나 편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햇다.

형제들이 레슬링을 시작하고 두각을 보이면서 할머니의 마음 한편에는 부담감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두명의 형제는 국가대표를 꿈꾸는 유망주들이다. 무엇보다 체력관리가 중요한 이들 형제에게 고기를 양껏 먹게 하거나 그 흔한 영양제 하나 사주지 못한 것이 늘 할머니 마음에 걸렸다. 훈련으로 부쩍 지친 기색을 보이는 손자들에게 보약 한재 달여주는 것은 매번 할머니의 바람이자 꿈일 뿐이었다.

형제들은 무언가를 사달라는 소리를 잘 하지 않았다. 레슬링 슈즈가 닳고 닳아도 별다른 말 없이 신고 또 신었다. 형제들은 늘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운동화를 가장 오래 신는 아이들로 남아 있다. 친구들의 시선과 놀림은 모른척 해도 할머니의 가벼운 주머니를 외면할수는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이런 착한 손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이 힘을 내야한다고 했다. 형제들이 그토록 바랐던 국가대표가 될때까지 할머니는 쉴 수 없다고 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큰 손자의 앞날까지 생각하면 더 그랬다.

할머니 김모 씨는 “하루 하루 다 멈추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가도 내가 죽으면 나중에 홀로 남게될 아이들 걱정에 그러지 못한다”며 “부족한 할머니라도 그마저도 없으면 애들 셋이 어떻게 살아가겠나”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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