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연중 기획] 사람 속으로
애향운동 故 이상록 회장의 아들의류 시작으로 건설업 뛰어들어
36세 ‘최연소’ 종합건설사 사장
55세 늦깍이 조경 석·박사 수료
300억원 들여 휴양·수목원 조성
많은 이들이 찾으면 그것이 보람

▲ 해고(海高) 이상록 선생의 둘째 아들인 이 대표는 젊은시절 품었던 정치 꿈도 버린채 나무를 키우는 일에 35년간 열중했다. 나무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나무로부터 얻는 편안함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지역의 한 건설인이 약 300억원의 사재를 들여 청주근교에서 1600여 주의 분재와 1만여 개의 민속·골동품을 시민들과 공유할 휴양·수목원을 조성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구방리 인근에서 ‘동보원(東寶園)’이라는 수목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두희(63) 동보건설 대표다. 그는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를 이끌었던 '충북 애향(愛鄕)운동의 선구자' 고(故) 이상록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이 대표가 대학(청주대 경영학)에 들어간 약관(弱冠)의 나이부터 건설사업과 수목원 건설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진 이유는 명료하다. 당시 청주상고 교장으로 재직하던 아버지의 정치 입문을 타진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는 ‘애처로운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도 한몫했다. 이 대표는 음악·미술·예술·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강냉이밥으로 입에 풀칠을 하며 어려운 살림을 이끈 세대다. 그는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궁핍한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자체가 싫었다. 이때부터 그는 장사로 부를 쌓고 자선으로 덕을 쌓아올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됐다.

첫 사업의 출발은 흥업상가에서의 의류업이다. 상인들 사이에서 ‘학생사장’으로 불릴 정도로 물건을 열심히 팔았다. 의류사업은 안정기를 맞았지만 그는 자신이 작은 성과에 만족할까봐 더욱 엄하게 처신했다.

의류업과 동시에 건설 단종회사(신화건설)에 들어가 입찰업무를 병행했다. 20대 중반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은 그는 이후 새마을운동 도로포장 전문건설업 하도급부터 시작했다.

건설업에 뛰어들면서 뼛속 깊이 사무치는 남 모를 아픔도 생겼다. 현장에 파묻혀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고 또 일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했고 업계 내 인적 네트워크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보름달을 바라볼 때면 서러움에 눈물이 흐르곤 했다.

건설업을 배워가며 일하는 못난 아들이 아버지에게 작은 성과를 내보일 때면 사탕보단 불호령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아버지는 그에게 늘 교육자의 길을 걷길 권유했다. 그럼에도 건설업을 통해 돈을 벌어 지역민에 문화·예술적 나눔을 하겠다는 그의 초심과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마침내 그는 건설업계에 뛰어든지 10여 년째인 36살에 ‘전국 최연소 종합건설사 사장’이란 타이틀로 동보건설을 창업했다.

건설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지역민을 위한 삶’도 준비했다. 그는 전국을 떠돌며 수령 200년의 쥐똥나무 등 진귀한 수목들과 민속·골동품을 수집해 청주 가덕과 보은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55살 늦은 나이로 청주대에서 조경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오랜기간 나무를 수집하다보니 학계나 전문가들로부터 “수준 낮다”는 비아냥을 듣기 싫다는 단순한 이유도 한몫했다. 현재의 동보원을 지켜본 대기업들과 각종 단체들로부터 연수원을 건설하겠다며 웃돈을 얹어주겠다는 권유도 받았지만 그의 35년 열정을 흔들지는 못했다.

이 대표는 “지역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지역민에 기여하는 봉사를 하고 싶다”며 “고품격 휴양·수목원을 성공적으로 조성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면 내 인생에 더 큰 보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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