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바로크, 바로크적인·낯선 사람들과의 불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바로크, 바로크적인 = 한명식 지음.

바로크 건축과 미술을 주제로 한 논문을 지속해서 발표했던 저자가 바로크에 대해 쓴 단편적인 글 50편을 묶었다.

프랑스 리옹에서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구한의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저자는 건축가이자 미술가의 시선으로 바로크를 분석한다.

바로크양식은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예술 사조다. 보통은 르네상스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식된다. 르네상스 미술이 고전주의를 추구했다면, 바로크 미술은 화려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만화처럼 존재의 윤곽을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르네상스라면, 바로크는 그것이 선명하지 않고 생략되거나 가려지거나 흐려지며 뒤틀리는 속성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차이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헨드릭 테르브루그헨이 그린 '엠마오의 저녁식사'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최후의 만찬에는 예수를 중심으로 제자들이 정연하게 배치돼 있으나, 엠마오의 저녁식사에서는 균형감과 엄격함을 느끼기 어렵다.

저자는 바로크 예술관으로 보면 "세계는 불안정한 형태와 변화, 그 자체"라고 단정한다. 이어 세계를 변화하는 존재로 보면서도 영원하고 불변적인 대상을 찾다 보니 바로크 예술에 비극적 장엄미, 요란한 조형성, 찬란한 호사스러움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연암서가. 396쪽. 1만8천원.

▲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 = 테리 이글턴 지음. 김준환 옮김.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학·문화 비평가인 테리 이글턴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가 윤리 이론을 상상계·상징계·실재계라는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 범주로 분류했다.

윤리란 자기와 타자가 어떤 존재이고,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상상계적 윤리'가 가까운 이웃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감과 정감 같은 도덕감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상징계적 윤리'는 이웃과 낯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의무와 책무, 즉 도덕법에 근거한다고 부연한다.

이어 상상계적 윤리와 상징계적 윤리 사이에 있는 '실재계적 윤리'는 적대적이고 왜곡된 면모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 가지 윤리를 두루 살핀 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참된 인간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제도에 기반을 둔 윤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통해 유토피아적 윤리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길. 550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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