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지난해 1월 2일은 대전세종충남지역 본부장으로 부임을 한 날이다. 서울에서 대전발 SRT(수서고속철도)를 타고 내려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새해를 맞이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누구라도 말할 것 없이 새해에 대한 소원과 희망찬 한해를 기원한다. 2017년 대전을 향해 내려오던 그날 기차 안에서 언론사로부터 부임을 축하한다는 한 통의 전화와 함께 지역경제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 받았다. 부임 첫날, 아직은 여물지 않은 짧은 지식을 언급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나 부임지인 대전에 도착한 후에도 무역 분야의 단체장으로서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요청은 계속됐고 결국 짧은 멘트를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4차 산업혁명!”, 대전·충남지역이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의 하나로 제시했던 그 당시의 테마는 지난 1년 동안 화마(火魔)처럼 한국경제를 뒤덮었고 특히 대전은 ‘4차산업혁명 도시’를 향해 힘차게 뛰어가고 있다. 부임 하자마자 언급했던 그 멘트가 얼떨결에 시류(時流)와 맞아 떨어졌는지 아니면 짧은 지식이나마 다행스럽게 적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지혜로운 대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국(一國) 또는 지방정부의 경제든 대기업 또는 중소중견기업이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밝은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나 기업의 리더와 그 구성원의 가장 큰 소임중 하나는 희망찬 미래가 보장된 삶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의 발전상이라는 거울에 필리핀과 중국을 한번 비춰보면 어떨까 싶다.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던 필리핀의 쇠퇴(衰退)와 G2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중국의 현좌표 속에서 말이다. 오늘의 중국은 어쩌면 개혁·개방의 북경발 열차에 13억이라는 인구를 태우고 거침없이 달려오는데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흑묘백묘(黑猫白猫)론 그리고 이를 함께한 사람들은 나름 신의 한 수 일런지 모른다.

지난해 우리의 수출액은 단일품목 최초 900억 달러를 돌파한 반도체를 필두로 일반기계, SSD(차세대 저장장치) 등 수출주력 및 고부가가치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무역통계를 작성(1956년~)한 이래 최단기간에 5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 수출은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를 다시 달성하고 세계 6위를 차지했다. 이는 업계, 정부, 유관기관 모두가 힘을 모아 이뤄낸 ‘작지만 강한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성과이지 않을까 싶다.

2018년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을 안고 무술년(戊戌年)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무역환경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 한해 우리 모두가 한강의 기적을 넘어 새로운 무역 역사(Trade History)의 한 페이지를 넘겼으면 한다. 자랑스러운 이 땅의 무역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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