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수 천안시복지재단 이사장

산골마을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내가 졸업을 앞두고 진학을 고민할 즈음이었다. 그때 우리집은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공부를 곧잘 했던 나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은 좀 있겠지만 시내로 나가 공부를 계속하면 꼭 성공할 수 있을것"이라는 설득 아닌 강요에 청주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예상은 했지만 끼니를 굶는 것은 다반사인 때라 어렵사리 작은방을 구했고, 방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면부지의 친구들과 동거를 해야만 했다. 그 친구들은 나처럼 사정이 절박하지는 않았던지 자취는 잠깐의 쉼터나 도피처 정도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의 공동생활에서 나는 누구보다 청소, 빨래, 밥짓기 등에 솔선수범했지만, 그 친구들은 그런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갈등을 빚게됐고, 결국 1년도 안돼 여섯 번째 룸메이트를 떠나 보냈다. 그때 나는 이런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면 경제적, 학업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기 때문에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새벽기도를 갔다. 기도라기 보다는 하나님에게 부리는 온갖 투정이었다. "열 가지 일 중에 내가 4개를 하고 친구가 3개를 했다면 나머지 3개의 일을 안 한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결국 나머지 3개 일 중 2가지는 친구의 잘못이라 해도 1개의 잘못은 분명 나의 책임이란 점이 분명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두 명일 때에는 전체 중 3분의 2를, 셋일 때에는 절반을 해야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그때 깨달은 '인생을 바꾸는 3분의 2법칙'이었다. 이후 이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기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일곱 번째 룸메이트와는 다툼 한 번 없이 2년을 잘 보냈고 지금까지도 둘도 없는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이 법칙을 비단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사회활동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습관과 실천으로 사회 봉사단체에서 궂은 일들을 감사히 맡아 할 수 있었고,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에서 배려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순간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되었고 겸손하면서 자부심 충만한 나를 만들어 줬다.

어느 누군가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99% 만족한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만큼 매 순간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3분의 2법칙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했다. 물질만능, 양극화, 단절이라는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에머슨의 말처럼 타인을 위해 배려하고 헌신하고 베푸는 삶을 산다면 더불어 잘사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3분의 2법칙이 나의 삶, 나의 이웃, 그리고 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열쇠이기에 새해에는 어제보다 더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조금씩 더 베풀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분명 타인을 위해 수고한 나에게 결코 헛된 것이 되지 않고 보다 값진 보람으로 돌아올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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